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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1500달러 만찬'을 읽는 코드

[LA중앙일보] 발행 2012/02/16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2/02/15 20:16

이종호/논설위원

한식세계화 내건 '가치경영' 비즈니스적으로도 큰 성과 '공익 마케팅' 성공사례 꼽혀
1인당 1500달러짜리 통 큰 만찬이 화제다. 광주요그룹 조태권 회장이 지난 주 LA 한인커뮤니티 VIP 50명을 초대해 베푼 만찬이 그것이다. 두시간여의 만찬은 광주요가 생산한 고급 식기에 7가지 한식 코스요리와 역시 광주요그룹에서 만든 고급술이 어우러진 화려한 퍼포먼스였다.

조 회장에겐 이런 초(超) 고가 한식 이벤트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7년에도 북가주 나파밸리에서 1인당 3000달러짜리 만찬으로 주류 사회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요즘도 조 회장은 유명 인사들을 수시로 자택으로 초대해 고품격 한식 코스요리를 선보인다고 한다. 도자기 회사 CEO가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할까.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몇천원 짜리 한식이 주류인 우리의 식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그릇도 설 곳이 없다. 고품격의 음식문화를 만들어야 거기에 수반되는 음식 식기 술도 함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의 주장은 또 이렇게 발전된다. "문화는 수직적 다양성이 중요하다. 국빈급 만찬에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수준높은 한식이 먼저 자리잡아야 한식의 세계화도 견인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이번 1500달러 만찬도 결국 조 회장의 이러한 지론이 배경이 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한식세계화 방법론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최상위 0.1% 계층만을 위한 고가의 한식이 오히려 한식의 대중화 세계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고급 한식당들의 경영 애로를 실례로 들기도 한다. 정답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의 신념과 활동에 힘입어 우리 음식문화의 외연이 크게 확장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경영학에선 '공익연계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 주목받고 있다. 직접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명분이나 가치를 찾아 그것을 앞세우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환경 봉사 자선 국익 등 사회적 소명감과 비전을 먼저 말하는 기업에게서 더 큰 신뢰를 느낀다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조 회장의 LA만찬도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만찬의 키워드는 한식세계화였지만 이면을 관통한 진짜 코드는 고도의 비즈니스였다는 말이다.

조 회장은 1500달러 만찬 당일 아침 일반인 200여명을 모아 단출한 식사를 곁들인 별도의 조찬강연을 했다. 그 자리에서도 그는 최고의 음식 최고의 식기 최고의 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한식문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외국 음식에 비해 싸구려 취급을 받아온 한식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한식을 미래 성장산업의 주역으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비전을 역설했다. 청중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대의에 맞고 명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번 만찬을 위해 56인분의 식기세트를 한국에서 항공으로 직접 들여왔다고 한다. 운송비만 5만달러였다. 당연히 화제를 불러 모았고 그의 이름 석자와 그의 회사 그의 술은 무수히 언론에 오르내렸다. 한 끼 만찬을 위해 거액을 쏟아 부었지만 그것은 그냥 날아간 돈이 아니었다.

조태권 회장이 한식세계화를 화두로 삼고 고급 한식당 사업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3년이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도자기 회사가 세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도약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이번 LA만찬을 지켜 본 많은 한인들이 감탄한 것도 조 회장의 이런 특별하고 통 큰 비즈니스 감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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