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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코끼리' 를 넘어뜨려야 한다

[LA중앙일보] 발행 2012/02/2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2/02/20 16:45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재외선거 '핵심' 표류는
정치권 언어에 말려든 꼴
우리만의 프레임 갖춰야


#. 가수 이태원은 솔개라는 노래에서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스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다가와 종잡을 수 없는 얘기 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라고 노래한다.

말은 나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 보이는 매개체지만 역으로 나를 '무리' 속에 함몰시키기도 한다.

올해는 말 많은 정치의 해다. 초연한 사람도 많지만 재외선거가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독야청청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순간 미국교포 김 아무개씨 개인의 말로 또는 미국 한인사회라는 집단의 소리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의견은 그것이 비록 제 얼굴에 침 뱉기라도 존중받아야 한다. 문제는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얘기 속에 내 말이 '무리'의 소리로 퍼지는 것이다. '우리 얼굴에 침 뱉기'는 경계해야 한다.

#. 누군가로부터 '넌 그때 거짓말을 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현명한 대응책은 '너 왜 이렇게 못생겼니'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언론에 나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런데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고 주장할수록 국민은 그를 사기꾼으로 믿게 됐다.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닉슨은 사기꾼이 돼 버렸고 결국 사임해야 했다.

앞으로 돌아가 상대에게 '난 거짓말을 안 했어'라며 거짓말을 중심에 두고 했느냐 안 했나라고 시비해 봐야 남는 인상은 거짓말이다.

핵심 단어를 확 바꾸는 쪽이 더 유리하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라는 책에서 "코끼리와 경쟁하려면 코끼리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상대방의 주장에 반론을 펼치려면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 정치는 프레임 싸움이다. 내 프레임대로 가야지 상대방의 프레임에 휘말려 들면 안 된다. 한국의 4월 총선 결과를 전망하면 누가 견고한 프레임을 쌓고 자신의 언어로 상대방을 끝까지 밀어붙이느냐가 관건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한미FTA 말 바꾸기'를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 '정권심판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선거날까지 이 두 개의 프레임을 놓고 싸우는 것이다. 주의 깊게 볼 것은 어느 쪽의 공방이 더 활발한 지이다. 만일 FTA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된다면 새누리당 반대로 정권심판에 대한 공방이 가열되면 민주당이 크게 유리하다.

#. 졸지에 '우편투표'에서 '우편등록'으로 이슈가 바뀌었다. 재외선거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공론화할 때는 '우편투표'가 문제였다. 먼거리 유권자가 실질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편투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상식적으로 옳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유권자 등록만이라도 우편으로 해야 한다는 '우편등록'으로 변질됐다. 여야 정치권이 프레임 자체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여러 의원들은 해외를 돌며 '우편투표 불가 우편등록부터'라고 설득을 하고 다녔다. 미주 내 참정권 단체 인사들은 이후 완전히 말려들었다. 핵심은(투표 방법)은 망각하고 등록 문제.유권자 참여 의식을 운운하고 다닌다. 상대방의 언어와 프레임에 갇혀 변죽만 울리는 꼴이다. 순진한가 하수인가.

유권자 등록과 투표라는 두 가지 절차를 거쳐야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문제 있는' 현 제도에서 등록이 편리해 봐야 실제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고 우리(나) 만의 언어와 프레임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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