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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1년에 서너번 홀인원 하는 사람

[LA중앙일보] 발행 2012/02/2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2/22 20:24

이종호/논설위원

기막힌 뉴스를 봤다. 골프에서 홀인원을 조작해 거액 보험금을 타 갔다는 얘기다. 홀인원은 멀리서 친 공이 한 번에 홀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홀인원을 하면 단단히 축하턱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선 이에 대비한 보험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지도 않은 홀인원을 했다며 돈만 타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평생 골프를 쳐도 한 번 하기 힘들다는 것이 홀인원이다. 프로골퍼도 확률이 3000분의 1 아마추어는 1만200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도 1년에 몇 번씩이나 홀인원을 했다면 분명 냄새가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렇듯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만드는 것을 조작(造作)이라 말한다. '만진다'는 뜻의 조작(操作)과는 다르다. 그것이 풍기는 이미지는 구리고 추하다. 왜곡 날조 허구 기만 같은 단어의 부정적 뉘앙스와도 겹친다. 성적조작 승부조작 주가조작 등의 말과 합쳐질 땐 완전히 범죄가 된다.

최근 LA에선 한인고교생이 다수 연루된 성적조작 사건이 있었다. 명문 학군의 모범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이에 앞서 미국의 유명 대학들이 대학평가 순위를 높이기 위해 입학생들의 SAT 성적을 조작해 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순위가 올라야 외부 기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두가 씁쓸하고 우울한 얘기들이다.

요즘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스포츠 승부조작 소식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축구 K리그 승부조작 사건 땐 관련 선수의 자살로까지 이어졌었다. 그런데 올해 또 남자 프로배구의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은 프로야구에서까지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내기'를 좋아한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예측해 맞히는 것만큼 재미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반사이익까지 돌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 스포츠 도박이다. 그러나 남들보다 좀 더 확실하게 더 많은 이득을 챙기고 싶어하는 욕심이 문제다. 승부조작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조작 사건에 세상이 분노하는 것은 그것이 남의 몫을 부당하게 자기 몫으로 끌어들이는 이기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유명 인사들의 학력조작 경력조작 납세조작 같은 것에 사람들이 그토록 흥분하는 것도 그것이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몰염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조작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제로섬 게임이라는데 있다. 내가 이익을 보는 만큼 불특정 다수는 불이익을 당한다는 말이다.

조작을 하는 당사자는 그 심각성을 모른다. 알아도 외면한다. 그나마 양심이 있다면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라도 갖는다. 나중에 자신에 대한 모멸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면 그는 훨씬 더 양심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전문 꾼들은 갈등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릴과 흥분까지 느낀다. 지극히 반사회적 반인격적인 이런 사람들이 실은 문제다.

궁극적으로 조작은 자기기만 없이는 완성될 수가 없다. 대개의 조작자는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한다. "비록 내가 조작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건 신의 뜻이 운명이 내 손을 통하여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가 온갖 조작에 물들게 된 것은 결과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가 가져온 필연적 귀결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조작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너도 속이고 나도 속이는 이 불신의 세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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