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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배수진 치고 사는 사람들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가
때론 성공도 가져오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어선 곤란
김동필 / S&P팀장

'배수의 진'하면 '죽을 각오로 임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도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도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고 싶을 때 이 말을 사용한다.

'물을 등지고 전투를 치른다'는 이 전략은 중국 한나라의 장수 한신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현격한 군사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병사들로 하여금 물에 빠져 죽으나 적과 싸우다 죽으나 똑같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 전투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요즘 이 '배수의 진'이 문제다. 마치 한발짝이라도 물러서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후퇴는 없다'는 식의 단단한 각오는 좋지만 쉽게 절망하는 것도 이들이다. 편협한 이해는 강박증으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을 외부와 단절시키고자 할 때 극단적 선택을 하기 쉽다고 한다. 그 결과는 자살로 때로는 끔찍한 범죄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절의 충동은 어떤 심리적 충격에 의한 고립상태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보통의 이민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민자 증후군'같은 것을 겪는다. 정서 속에 내재된 절박함과 긴장감이 그것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타인종과 부대끼며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호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든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가 문제다. 원하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쉽게 절망하고 포기해 버린다.

최근 한인사회를 놀라게 한 애틀랜타에서의 끔찍한 사건도 이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들을 정리해 보면 '가족동업-사업부진-금전갈등- 극단적 선택'으로 도식화 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중 한가지 과정만 없었더라도 아니 '배수의 진'을 쳤던 한 사람만 없었더라도 비극적 결말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살해 후 자살 사건이 그렇듯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강박증이 문제였다.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중산층이라고 한다. 연방정부가 저소득층으로 규정한 연소득 4만4000달러 미만의 인구가 지난해 1억4640만명으로 2009년에 비해 400만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불경기로 중산층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겪는 불경기 충격은 이보다 더 클 것이다. 경제적 기반이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사건의 직접적 원인도 불경기로 인한 사업부진과 이에 따른 금전적 갈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잘 되던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함께 투자했던 가족끼리도 다툼이 생기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비슷한 유형의 비극은 잉태되고 있을 지 모른다. 제발 기우이길 바라지만.

한신 장군의 '배수의 진'은 미끼였다는 주장도 있다. 더 중요한 다른 곳을 점령하기 위해 버리는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넣다 보면 편협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그렇다고 항상 빠져나갈 구실을 미리 만들어 놓자는 것은 아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한발짝 물러서거나 과감히 다른 길을 찾는 것도 용기요 지혜다. 스스로 '배수의 진' 함정에 빠지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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