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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진흙을 자꾸 던지다 보면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진흙을 자꾸 던지다 보면 일부는 들러붙기도 한다(Throw enough mud, and some of it will stick)’이라는 영어권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사용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실력이 별로 없고 서툴지라도 자꾸 하다 보면 일부는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뜻이 되기도 하고 둘째로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 근거 없는 비방을 자꾸만 하게 되면 설령 그 사람에게 잘못이 없을지라도 점점 인상이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을 문제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근거 없는 소리도 늘어놓으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 날아온 인터넷 뉴스는 많은 사람들을 안도하게 했다. 강모 의원이 박모 서울시장의 아들에 대해서 병역비리를 제기하며 매일 블로그를 통해 그리고 의원회관에서 뿌려대는 보도자료로 흑색선전을 계속하던 중이었다. 이 흑색선전은 박시장의 아들이 전격적으로 신체검사를 다시 받음으로써 일단 종결되는 듯 보였다. 의료진은 검사에 문제가 없었음을 입증했고,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던 강모씨는 이를 깨끗이 수긍하는 듯해 보였으며, 고통 받던 박시장은 모든 일은 불문에 붙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일은 이쯤에서 정리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며칠 잠잠하던 강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문제들을 캐 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2라운드에 들어가는 듯 하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을 보면서 ‘진흙을 자꾸 던지다 보면 들러 붙는 것도 있다’는 속담이 떠오르고 말았다. 그런데, 흑색선전으로 고통을 받던 박시장이 한 말이 눈길을 끈다. 자꾸 아들의 신체검사 결과에 대한 의혹이 반복되니까 급기야는 아버지인 자기 자신마저 ‘내 아들이 혹시 나 모르게 무슨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하는 의혹에 빠지게 되더라는 것이었다. 자식을 키워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혹시 내 자식이 나 모르게 못된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순간 부모가 겪는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식품점에 가게 되면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눈앞에 진열된 각종 잡지로 눈길이 가게 된다. 그 잡지 중에 ‘내셔널 인콰이어러(National Enquirer)’라는 것도 있다. 이번 주에는 얼마 전 작고한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장례식 시신 사진이 커버에 실려있다. 그 옆에 ‘피플’이라는 잡지 역시 휘트니 휴스턴을 커버에 실었는데 전성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실어 놓았다. 나는 시신 사진을 허락도 받지 않고 실었을 내셔널 인콰이어러를 보며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이제 고인이 된 사람의 모습을 저런 식으로 싣다니 얼마나 무례한가!

 나는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를 직접 사서 들여다 본 적은 없지만 계산대 앞에서 이 잡지 커버를 보는 것만으로도 잡지의 정체를 짐작하게 된다. 이 잡지는 허구 헌 날 영국 찰스 황태자의 가족문제나 이혼문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파경설, 어느 여배우의 임신 소식 등 주로 이혼, 불륜, 파경소식으로 도배를 한다.
 
그래서 하루는 장을 보며 아들에게 말해줬다. “저 잡지가 사실이라면 안젤리나와 브래드는 벌써 몇 수십번 이혼하고, 결혼식하고, 집나가고, 헤어지고 그랬을 거다.” 그러자 아들이 말해줬다. “저 잡지는 하도 이상한 소문을 많이 내다보니 어떤 경우에는 우연히 그 소식이 맞아 떨어져서 대박이 날 때도 있어요.” 그렇군, 진흙을 계속해서 던지다 보면 맞아 떨어지는 것도 생기는 법이군.
 
장난으로 던지는 돌에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아주 죽이자고 작정을 하고 돌을 던지면 배겨낼 개구리가 얼마나 될까? 개구리뿐 인가? 사람은 강하면서도 연약하다.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으셨다는 ‘인간’은 한없이 강하고 너그러워질 수도 있지만, 인간인지라 한없이 연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꾸만 돌을 던지면 분명 다친다.

돌에 맞는 사람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치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돌 던지는 그 자신의 영혼이 망가진다. 이제 진흙 던지기 놀이는 그만 좀 해줬으면 좋겠다. 진흙 던지는 그 사람이 너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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