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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원순 시장의 엉뚱한 상상력

최상태/기획취재팀 차장

지금은 서울 시장이 된 박원순씨를 몇 년전 LA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비영리단체 '아름다운 재단'의 상임이사로 해외 한인사회에서 NGO 운동이 확장되기를 바라며 강연회에 참석했다.

변호사이자 시민활동가 사업가로 알려져 있는 그의 명함엔 '소셜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 직업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웃으며 "세상을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바꾸는 직업"이라고 답했다.

박원순 이사는 기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문장이 뭔지 아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고개를 가로 젓자 그는 자신이 발견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문장은 'Check enclosed'라고 답했다. '수표가 동봉됐습니다'는 말로 미국 기부 문화를 한마디로 나타내는 말이다. 보통 비영리단체에 보낼 때 이 말을 겉봉에 써서 보낸다고 했다.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하면서 미국의 선진 법률 시스템보다는 전국에 지천으로 깔린 비영리 재단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시골의 소도시부터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자산가부터 동네 유지에 이르기까지 공익을 위해 '내어놓는' 기부 문화에서 진정한 미국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이걸 한국에 퍼뜨려보겠다는 도전의식이 발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아름다운 재단(Beautiful Foundation)'. 영어 이름을 보고 화장품 재단 아니냐며 조크하는 외국인에게 '영혼까지 아름답게 만드는' 재단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원순 시장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아들 병역사건을 놓고 '저격수' 강용석 의원과의 공방에서 완승을 올린 것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한국에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취업 전쟁 때문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평소 "1만명을 고용하는 기업 1개는 유치하기 어렵지만 1인을 고용하는 1만개의 기업을 만들기는 쉽다"는 지론을 갖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이란 책을 펴내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젊은 청년들이 도전할 만한 1000개의 직업을 제안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을 들어보면 퇴근후 생활 코디네이터. 노는 것도 예술이기 때문에 진짜 인생은 퇴근 후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직업이다. 또 여행자와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을 공략하는 '집 바꾸어 살기' 사이트 운영자 잃어버린 물건을 원스톱으로 찾자는 통합분실물 센터 대표 가난한 예술가에게 관객을 찾아주는 문화 복덕방 매니저 농촌 체험과 관광의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농촌일손뱅크 운영자 등이 있다.

그가 이런 제안을 한 배경은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대학 졸업후에 바늘 구멍 같은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토플점수 봉사경력 해외연수 등 스펙쌓기에 골몰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였다.

엉뚱한 아이디어라고 하기엔 이들 직업들이 선진국에서는 상당수 실제 존재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이렇게 엉뚱하게 시작하지 않았던가.

수년간 경기침체로 미국 명문대 졸업생조차 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좌절감으로 분노하기 보다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미래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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