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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은행 풀러턴 지점 인질극 재구성] 샷건 꺼내든 범인, 은행직원들에 "신고하라"

권 지점장에 "왜 도망다니나" 화내
두 은행장과 전화 연결 요구하기도

지난 1일 부에나파크의 새한은행 풀러턴 지점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한인인, 한인은행 사상 초유의 인질극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4시간여 동안 지속됐다. 생사의 기로에 섰던 미셸 권 지점장이 무사히 풀려나기까지 숨가쁘게 진행됐던 당시 상황을 TV방송 화면과 경찰, 목격자, 새한, 한미은행 관계자, 권 지점장과 통화한 은행 관계자의 전언을 토대로 재구성해 봤다.

▶오전 10시 이전. 새한은행 풀러턴 지점 주차장으로 흰색 밴 차량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차량 옆면엔 '김스 정수기'란 상호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차에서 내린 김씨는 밴에서 케이크 상자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든 손수 만든 폭탄 4개를 주머니에 넣은 채였다. 그는 지점으로 향했다. 지점 문이 열렸다. 케이크 상자를 든 중년 남성이 은행으로 들어섰다. 지점장실로 향한 김씨는 권 지점장에게 "왜 도망다니느냐"는 식으로 말하며 화를 냈다.

▶오전 10시 전후. 한미은행 가든그로브 지점 일레인 정 지점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권 지점장의 전화였다. 권 지점장은 정 지점장에게 한미 지점이 보유한 김씨의 자료를 요청했다. 전화 통화 말미에 권 지점장은 "김씨가 와있는데 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정 지점장은 직원에게 "새한 지점으로 가보라"고 지시했다.

▶오전 11시쯤. 권씨와 대화를 이어가던 김씨는 가져온 상자에서 휴대가 간편하도록 개머리판을 잘라낸 샷건을 꺼내들었다. 그는 은행 직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한 뒤 이들과 고객들을 은행 밖으로 나가게 했다. 현장을 벗어난 직원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텅빈 은행에서 김씨는 권 지점장과 함께 지점장실에 남았다. 인질극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오전 11시15분쯤. 긴급출동한 경찰은 지점 인근에 봉쇄선을 치고 도로를 통제했다. 경찰은 새한은행 지점이 있는 비치스파몰 건너편 몰의 카페 '풍경'엔 임시지휘소를 설치했다. 경찰의 지원차량과 소방차가 출동했고 구급차도 현장에 속속 도착했다. 이후 OC LA셰리프국은 물론 FBI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와 진압작전 계획을 숙의하기 시작했고 지원을 나온 애너하임 경찰국 소속 헬기가 굉음을 내며 사건 지점 인근을 맴돌았다. SWAT 대원들도 도착 즉시 은행 주위에 흩어져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봄기운이 가득해야 할 3월의 첫날 새한은행 지점 인근은 긴장감과 공포로 얼어붙었다.

▶오후 1시까지. 권 지점장은 김씨의 요구로 먼저 새한은행 김동일 행장 이후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두 행장에게 "세이프티 박스에서 내 돈을 가져간 사람을 찾아서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한편 때때로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하지만 김씨는 유 행장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두 차례 남겨 복잡한 심경임을 드러냈다. 두 은행엔 비상이 걸렸다. 새한은행 본점 관계자들은 지점 CCTV 화면을 통해 권 지점장과 김씨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다.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한인 타인종 언론매체 종사자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일부 방송사는 헬기를 동원해가며 인질극 실황 중계에 돌입했다. 현장을 둘러싼 수십 명의 경관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팽팽한 긴장은 삽시간에 남가주 전역으로 확산됐다.

▶오후 3시 직전까지. 그 동안 수사당국은 김씨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한편 사태가 악화될 것에 대비해 진압 준비도 병행했다. 협상 전문요원과 한국어 구사요원을 내세워 대화를 했다. 김씨의 부인은 오전중 현장에 도착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WAT 대원들은 진입 명령을 기다리며 경계태세를 갖춘채 대기하고 있었다. 적당한 위치에 저격수도 배치됐다. 마침 작전에 돌입할 기회도 생겼다. 김씨가 음식배달을 요청한 것이다. 음식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김씨는 권 지점장과 함께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오후 3시. 중천의 태양이 창공을 반쯤 가로지른 시간. SWAT 대원들이 지점 입구를 향해 접근했다. 헬밋과 방탄조끼 자동화기로 중무장한 대원들은 유리문에 불과 수 야드 접근했다. 등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김씨 앞에서 걷던 권 지점장의 시야에 대원들이 들어왔다. 그 찰나 권 지점장과 눈이 마주친 SWAT 대원이 몸을 피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권 지점장은 엎드리듯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 순간 김씨의 샷건에서 둔탁한 폭음이 일었다. 수십 개의 쇠구슬이 흩뿌려지고 유리창 파편들이 어지럽게 날았다. 대원 3명이 쓰러졌다. 나머지 대원들은 일제사격을 가했다. 김씨는 쓰러졌고 대원들은 권 지점장을 몸으로 가리며 현장을 빠져나왔다. 4시간여에 걸친 인질극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임상환.김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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