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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사라진 돈…억울함 풀길 없었다"

새한은행 인질극 용의자 김명재씨 부인 인터뷰

"은행은 CCTV도 안 보여주고 경찰은 1년 넘겨서 수사 시작"

"남편은 지점장을 해치려 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싶어했다."

지난 1일 새한은행 풀러턴지점 인질극 끝에 경찰의 총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용의자 김명재씨의 부인 김모씨는 남편이 평소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본지는 지난 2일 부인 김모씨의 연락처를 입수 이날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수 차례에 걸쳐 통화하며 김씨 가족의 입장을 들어봤다.



첫 통화는 2일 오후 8시.

김씨의 첫 마디는 "남편은 살았나요? 죽었나요?"였다. 전날 사건 당시 현장에 갔던 김씨는 경찰 측의 조사에 응한 뒤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모처에 머물며 남편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이 수술을 마쳤고 회복실로 옮겨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김씨는 긴장이 풀린 듯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남편은 절대로 그렇게 끔찍할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며 "2006년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술 담배도 모르는 가정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김명재씨는 2006년 한미은행 가든그로브 지점 대여금고에 넣어둔 현금 24만달러가 사라졌다며 이후 인질극 피해자 미셸 권 새한은행 풀러턴 지점장(사건 당시 한미은행 가든그로브 지점장)과 한미은행 측에 없어진 돈을 찾아 돌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김씨는 이어 "남편이 그날 돈이 없어진 이후로 집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억울해했다"고 말했다.

감정이 북받쳐 어렵사리 말을 잇던 김씨는 갑자기 "지금 전화가 온다. 혹시 병원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 잠시 후에 연락하겠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전화를 걸어볼까 망설이던 차에 전화벨이 울렸다. 김씨였다. 그는 여전히 조금씩 울먹이며 힘들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김씨는 "딸이 미국 신문 방송(타인종 매체)을 보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주변에 물어보니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구해야 하는데 지금 가진 돈도 없고 막연하다"고 말했다.

2일 김씨와의 통화는 이렇게 끝났다.

김명재씨 부인과의 통화는 3일과 4일에도 이어졌다.

김씨는 사건 당일 남편의 행적에 대해 밝혔다. "설겆이까지 깨끗하게 해 놓고 오전 6시50분쯤 집을 나갔다. 일이 있으면 빨리 나가지만 그날은 일도 없어서 차가 많이 막히니 일찍 나가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평상시와 다른 점은 눈치채지 못했다. 단지 평소엔 얼굴을 한번 보고 가거나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는데 그날따라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날도 가끔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김씨는 "남편이 업소에 중앙일보에 보내는 편지를 써놨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오전 10시쯤 사무실에 갔다 편지를 읽었다. "내용이 이상해 즉시 남편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편지를 다 읽지는 못했다. 은행금고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자기가 희생해서라도 이런 일을 알려야 된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분통하고 억울함을 풀 길이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분실 사건 이후 은행 측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던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은행에 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없다고 했다. 계속 요구하자 3개월이 지나면 폐기처분한다고 했다. 나중에는 2개월이라고 했다. 가든그로브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가 시작되는데 1년도 더 지났던 것 같다. 은행금고는 내가 가서 오픈했다. 오픈 당시 열쇠는 2개를 받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받았다. 피를 말리는 일이었다. "

김씨는 "돈을 잃어버리고 난 뒤 남편은 억울해했다. 고생하고 아껴서 모은 돈이 하루아침에 없어졌다. 내게 '명품가방도 옷도 한번 못 사고 고생고생했는데 이렇게 돈을 잃어버렸다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편이 검소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안 먹고 안 쓰고 살았다"며 "돈을 잃어버리고 난 뒤 난 가끔 화를 냈지만 남편은 날 위로해 줬다. 이제보니 혼자만 힘들어했던 것 같다. 평상시 남편을 위로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것이 지금 제일 가슴 아프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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