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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내가 뽑고 싶은 지도자

이종호/논설위원

정조(正祖)는 조선의 마지막 명군이었다. 수원 화성(華城)은 그런 정조의 역작이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성곽 축조는 젊은 실학자 정약용이 맡았다. 그는 당시 최고의 과학기술을 동원 최신 공법으로 10년 예정의 공사기간을 3년으로 단축시켰다. 그러나 수원 화성이 따로 또 돋보이는 것은 정조의 각별한 부모 공경 백성 사랑이 그 속에 녹아있었다는데 있다.

정조는 축성에 참여한 모든 일꾼들에게 정당하게 품삯을 지불하도록 했다. 또 무더운 여름 일꾼들이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약과 영양제도 하사했다. 당시로선 모두 이례적이었다. 압권은 추운 겨울에 모든 일꾼들에게 털모자를 내려 보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털모자는 정3품 이상 당상관들만 쓸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 털모자를 성곽 쌓는 인부들에게까지 나눠주도록 한 것은 추위에 떠는 백성들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2012년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느라 세계가 분주하다. 리더가 되려는 사람도 줄을 섰다.



구호도 무성하다. 경제를 살리겠다 계층 갈등 세대 분쟁을 치유하겠다 꿈과 비전을 공유하겠다 등등. 그러나 구호로는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그것을 너무 많이 확인했다. 이명박도 오바마도 그런 구호를 믿고 우리가 뽑은 리더가 아니었던가.

실패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자신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배려와 소통보다 독단과 독선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판단력 결단력 설득력 경청의 자세 등 소위 리더의 자질을 두루 갖추고도 결정적 한 가지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예배당 가까운 자리에 담임목사 전용 주차장이 있었다. 담임목사는 늘 그 곳에 차를 댔다. 그러나 교인들이 붐비는 주일에는 한 번도 그 자리에 차를 세우지 않았다. 대신 좀 더 일찍 나와서 먼 곳에 차를 주차했다. 몇 년을 그렇게 했지만 담임목사 전용이라는 표지판 앞에 차가 없다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교인은 거의 없었다.

그 후 담임목사가 바뀌었다. 새 목사님도 전용주차장을 이용했다. 주일에도 차를 세웠다. 담임목사를 위한 공간이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과 달리 예배를 마치고 나온 교인들의 동선이 달라졌다. 친교의 공간도 좁아졌다. 그렇지만 왜 무엇이 달라졌는지 깨닫는 교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리더십 차이는 이런 것이다. 당연한 것도 관점을 달리해서 다르게 본다는 것 그것이 배려다. 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이런 것은 머리로는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김수환 추기경도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평생이 걸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선거철 온갖 언설 요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리더로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이제부터 정치가의 구호는 믿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를 살피는데 주력할 것이다. 얼마나 남다른 배려의 마음을 가졌는지 스스로에겐 얼마나 엄격한지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은 또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소중한 내 한 표는 그런 다음 조심스럽게 행사할 것이다.

그렇게 뽑힌 리더라면 당장 눈부신 성장 빛나는 발전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않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행복해 할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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