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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종군 여기자 '마리 콜빈'

모니카 류/방사선과 암전문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젊어서 실감하지 못했던 진리에 눈뜨게 된다는 아이러니다.

마치 세상이 변해 내가 알게 된 것 같은 착각을 하지만 사실 진리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야 느낀 아이러니 중의 하나는 좁은 한계 속에 있는 나의 삶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시리아에서 종군 기자로 일하다가 전사한 영국 선데이 타임스 소속 마리 콜빈의 기사 때문이다.

마리 콜빈 같은 기자들이 없었다면 좁은 한계 안에서 무탈하다면 무탈하게 또 조그맣게 살고 있는 내가 어찌 세상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직업 정신을 보게 된 것이다.

기자들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전쟁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예술 정치 의학 교육분야 등에서도 우리의 사고 범위를 넓게 해준다. 불현듯 그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새삼 감사의 마음이 든다.



되돌아보면 나는 미디어의 혜택을 많이 보았다.

어렸을 때 저녁 식탁에 둘러 앉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뉴스로 들었던 것부터 시작해 AFKN 영어 라디오 방송을 듣던 작은 오빠를 통해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소식을 먼저 접했으며 사진으로 중국의 '붉은 혁명'을 이해하게도 됐다.

언론은 우리들의 잠자고 있는 의식을 깨운다. 부정과 분쟁 불공평 사회폐단 등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언론의 공로는 크다.

미국의 대통령이 행하던 부정을 사회에 고발한 것도 기자들이었고 베트남 전쟁의 참혹상을 세상에 알려준 것도 그들이었다.

벌거벗은 채 폭탄을 피해 울며 달리고 있는 베트남 여자 아이의 사진 머리에 총부리가 겨눠진 채 공포에 떨고 있는 베트콩의 얼굴 모습을 보도해 세상을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굶주림과 탈진으로 앉아 있는 아프리카 아이를 노려보는 독수리의 사진도 언론에 보도돼 세상을 향해 사회정의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호소했었다.

체첸 코소보 시에라리온 짐바브웨 스리랑카 동티모르 등의 전장에서 전쟁은 인류에 대한 범죄임을 고발했던 마리 콜빈이다. 왼쪽 눈을 스리랑카 내전을 보도하다가 잃었는데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 검은 안대로 가리고 다녔다. 13년 전 동티모르 내전 때는 여성과 아이들 1500명을 구명하는데도 기여했다고 한다.

AP통신은 마리 콜빈을 2차대전 전후에 나치 다차우 강제수용소에 대한 보도를 했던 당시의 종군 여기자 마르타 겔혼에 비교해 치하하고 있다. 마르타 겔혼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소설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세번 째 부인이었다. 헤밍웨이도 젊었을 때는 기자였다.

또한 영국의 한 여기자는 마리 콜빈을 '거울을 들여다 보지 않고 창문을 통해 세상 밖을 보았던 여인'이었다고 표현했다.

남들에게 비쳐질 내 자신에 연연하지 말고 창문을 열고 세상을 내다 보는 뜻있고 알찬 삶을 살아야겠다. 무모함이 그치지 않는 세상도 평화를 이루는 세상도 결국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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