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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 "공부가 유세할 일이냐?"

아들이 공부한답시고, 집안일 돕기를 거부하려 하면 나는 어김없이 한마디 했다. "공부한다고 무슨 유세하는 거냐?"

‘유세(有勢)하다’ 라는 말의 사전 적 의미는 ‘자랑삼아 세력을 보이다’이다. 내가 그 말을 하면, 아들은 ‘또 그 말씀이냐’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지못해 일을 돕곤 했다. 때로는 아들이 시험을 앞두고 제법 바쁠 때조차 나는 평소대로 아들에게 쓰레기를 버리게 하고, 재활용품을 함께 밖으로 내어 놓게 했다. 공부한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는 하나, 가족의 도리를 아는 것도 중요한 것이어서, 나는 아들이 공부한답시고 다른 일들을 미루거나 안하다가, 결국은 그것을 모른채 성장할까 봐 늘 경계했다. 나는 우리 가족의 구성원들이 서로 무엇을 하는지 알고, 도움이 필요할 때 크고 작은 일을 서로 돕기를 원했다. 가족이니까.

공부하는 자녀가 언제부터인가 한 가정에서 상전 행세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아빠는 TV소리를 낮추고, 딸이 공부하면 엄마도 자지 않고 밤을 새운다. 수험생은 집안 가족 모임에도 안나가고, 경조사 참석도 면제(?) 받는다. 공부하느라 피곤한 아들은 방 청소를 안하고, 옷가지를 정리 안해도 꾸지람을 듣지 않는다. 시험 앞둔 딸이 먹고 싶어하는 것이 식탁에 오르고, 어린 동생들은 형이 공부할 때면 장난도 못하고 숨을 죽여야 한다. 공부하는 딸은 아빠가 퇴근해도 나와보지를 않지만, 공부하다 돌아온 딸을 부모들은 앉아서 맞이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공부하는 자녀들이 더 윗사람 같다.

공부는 누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것 아닌가? 어린 자녀들은 자신의 공부하는 것이 마치 부모의 바램을 들어주는 것처럼 말하면서, 종종 부모들을 향해 말도 안되는 불평을 한다.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고 충고하는 부모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부모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 잠깐이면 될 일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할 일이 많아서 못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자기 뜻대로 무슨 일이 안되면 공연히 부모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평소에 수도 없이 부모가 말하던 것을 안할 때는 언제고, 결과가 아쉬우면 부모 앞에서 속상한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사실, 그 때가 그럴 때이기는 하다. 그 나이에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뒤로 하고, 공부만 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또 요즘은 공부만 하기 보다는 많은 다른 활동도 동시에 하기에 여간 힘들지 않다. 부모들 자랄 때의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러나 자녀들이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핑계 삼아서나, 자신의 성취에 따른 피곤 등을 빌미로 바른 품성과 좋은 습관을 들일 기회를 잃어서는 안된다. 자신들을 위해 밤낮없이 애쓰고,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부모의 마음을 항상 헤아리도록 이끌어야 한다. 부모의 수고를 감사하고 가족의 연대감으로 모든 일을 함께 하려는 마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후에 사회 생활을 할 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능력을 키워주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우리 자녀들이 과연 공부만 잘 하면 되는 것일까? 공부만 잘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주변 사람들이 환영할까? 공부를 잘 해 좋은 성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을 잠시 뒤로 미루어도 되는 것일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은근히 조장하는 가운데, 우리 자녀들이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와져서 결국에는 마땅히 배워서 익혀야 할 가치와 도리들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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