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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돌덩이를 '작품'으로 만든 상상력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LA에 거대한 돌덩이가 생겼다. 무게는 340톤 승용차 200대에 해당한다. 높이는 21피트가 넘는다. 웬만한 2층 건물 높이다.

만약 이 거석이 괴짜 예술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이너마이트로 산산이 부서졌으리라. 그러나 리버사이드의 한 채석장에 있던 이 억세게 운좋은 돌덩이는 세계적인 조형예술가(마이클 하이저)의 눈에 들어 새로운 운명을 맞게된다.

대자연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오던 작가는 커다란 돌덩이를 보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40년전부터 구상해 왔던 작품에 딱 들어 맞는 돌덩이를 찾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총애를 받은 돌덩이는 예술작품이 됐다. '공중에 뜬 덩어리(Levitated Mass)'라는 이름도 지어졌다. LA카운티 미술관(LACMA)은 이 돌덩이 아니 이 작품의 영구 전시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작품을 어떻게 옮기느냐였다. 이동을 위해 특급 수송팀이 꾸려졌다. 핵연료를 전문으로 운송하는 차량 제작사가 바퀴만 196개짜리 대형 차량을 만들었다. 미술관까지 105마일을 움직이기 위해 3개월 동안 22개 도시로 부터 100개에 달하는 허가를 받아내야 했다. 로컬도로만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이동에 걸림돌이 되는 신호등은 철거된 후 다시 설치됐다. 60명의 인력이 열하루 동안 돌덩이를 마치 가마 나르듯이 조심조심 모셨다.

긴 여정 끝에 지난 10일 새벽 작품이 드디어 미술관에 도착했다. 토요일 새벽 미술관 앞 윌셔거리는 취재진과 구경꾼들로 떠들썩했다. 미술관측 설명으로는 이번 작업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에 쓰일 돌을 옮긴 이래 역사상 가장 큰 암석의 이동이다. 일생에 한 번밖에 없을 볼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작품의 전시는 늦은 봄이나 초여름 시작된다. 박물관 건물 뒤 6가쪽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작품은 도랑 위에 올려져 이 밑을 걷는 관람객들은 돌덩이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LACMA도 매우 들떠있다. '공중에 뜬 덩어리'가 LA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많은 관람객을 끌여들여 관광수입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게 미술관 측 설명이다.

돌덩이가 과연 어떤 예술적 가치를 지녔는지 묻는다면 답하기 힘들다. 사실 취재를 한 후 작품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똑 부러지게 표현하기 힘들었다. 작품 운송이 시작되는 날 리버사이드에 가서 본 돌덩이는 그냥 암석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작아 보이기도 하고 엄청나게 큰 것 같기도 하고 감이 잡히질 않았다.

'공중에 뜬 덩어리' 프로젝트는 1000만 달러의 비용이 든 대형 프로젝트다. 요즘 같이 경기가 어려운 시절에 돌덩이 하나에 그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옳은지를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자금은 개인 후원가들의 모금으로 거둬졌다.

후원자들은 리버사이드에서 LA까지 그 큰 바윗덩어리를 옮기겠다는 발상 자체를 높이 샀을 것 같다. 예술이라는 게 뭔가. 남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남이 감히 엄두도 못 내던 것을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 아니겠는가.

올여름 LACMA에서 머리 위에 떠있는 거대한 돌을 보며 일상에 갇혀있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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