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향기] 침팬지도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은미 / 미드웨스트대 교수

동물에게도 언어 능력이 있을까? 이는 언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이다. 인간들이 구사하는 언어에는 보편적인 구조가 존재하고 이러한 언어구조 능력은 인간에게만 존재한다는 논리를 펼친 학자로 노엄 촘스키가 있다.

물론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언어 능력이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동물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있다. 특히 진화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장 가깝다는 영장류 침팬지가 이들의 언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1973년 갓 태어난 침팬지에게 '님 침스키'라는 이름을 붙인 연구팀이 침팬지의 인간 언어발달 연구를 시작한다. 태어난 지 2주 만에 어미 품에서 떨어진 님 침스키는 인간의 아기가 자라나는 환경과 똑같이 인간의 가정에서 인간 대우를 받고 성장한다.

그리고 전문 교사들이 이 침팬지에게 언어 학습을 시킨다. 이 침팬지는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를 토대로 극히 기초적인 어휘들을 습득해 나간다. 3년여의 교육과 관찰 끝에 연구진은 침팬지가 인간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구를 중단한다.



여기까지는 교양과정 언어학 수업에서도 많이 소개되는 일화이다. 그런데 연구가 실패로 돌아간 후에 님 침스키는 어떻게 됐을까.

님은 원래 그가 태어난 동물 연구소의 철창 안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아이로 성장하던 님은 다른 침팬지들과 똑같이 철창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된다.

그 후에는 신약 연구팀에 실험용 동물로 팔려 간다. 그는 각종 백신의 생체실험에 이용되다가 간신히 구출되어 야생동물 보호소로 보내졌다. 그 보호소에는 동료 침팬지가 없었고 우리에 갇힌 채 2000년 26세로 죽기까지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다.

이 침팬지가 죽을 때까지 그를 찾아가 친구가 되어준 이는 그를 인간의 아기처럼 끔찍이 아끼던 보모들이나 연구자들 교사들이 아니었다. 동물 연구소에서 그를 친구처럼 대하던 동물원 직원이 언어교육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침팬지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죽을 때까지 그의 벗으로 남았다.

2011년에 소개된 다큐멘터리 영화인 '프로젝트 님'은 이러한 님의 일생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해에 이와 흡사한 영화 한편이 출시됐다. 제목은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인데 사람들은 이를 고전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의 전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참 놀랍게도 님 침스키의 기구한 몰락과 영화 속 침팬지의 파란만장한 역정이 너무나 일치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침팬지가 인간 언어를 습득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인데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침팬지에게 '바나나'와 '물'이라는 단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침팬지에게 "바나나를 물에 넣어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침팬지가 바나나를 창밖으로 던졌다. 몇 번이나 같은 지시를 해도 침팬지는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역시 침팬지는 안돼…'하며 연구자가 한숨을 쉬며 창밖을 내다보니 창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고 한다.

조만간 대학원생들과 국립 동물원에 필드트립을 나간다. 침팬지 사육장에 가서 침팬지들을 관찰하며 간단한 언어 실험도 해 보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 언어를 침팬지가 잘 못 배운다면 인간이 침팬지의 언어를 배우면 어떨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