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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베벌리힐스에 부는 한식 바람

[LA중앙일보] 발행 2012/03/27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3/26 20:50

이재희/기획취재팀 차장

미국 내 젓가락 사용량에 대해 기획으로 써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회의 과정에서 한인이 아닌 비한인의 젓가락 사용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통해 미국 내 아시안 푸드 트렌드를 짚어보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미국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내용과 사진이 곁들여지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zagat)'에서 젓가락을 사용할 만한 유명 레스토랑을 찾았다. 인기 레스토랑 톱에 이름을 올린 스타 셰프 울프강 퍽의 '스파고(Spago)'가 에프타이저 등으로 일식을 선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고급 레스토랑이 일식 중식 등 아시안 푸드를 취급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한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전에 검색하다가 우연히 본 한인 루이스 김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르베 마테(Erbe Matte)'가 떠올랐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웹사이트에 올라온 메뉴에 정통 한식이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베벌리힐스 캐논 드라이브에 있다는 주소를 보고 찾아갔다. 주차를 하고 에르베 마테로 가는 길 캐논 드라이브 선상에 스파코 부숑(Bouchon) 등 최고급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 한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같아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다소 이른 시간에 찾은 에르베 마테에는 마침 백인 커플 두쌍이 식사를 막 주문하고 있었다. 이들이 인삼 샐러드와 육회를 시켜 능숙한 젓가락질로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신선하면서 뿌듯했다.

루이스 김 셰프는 전체 메뉴 35가지 중 인삼 샐러드와 육회 외에도 해물파전과 잡채 갈비찜과 비빔밥 등 한식 6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전공은 이탈리안이지만 한국사람이니 제대로 된 한식을 베벌리힐스에서 소개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인 식당들의 젓가락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에서 출발한 취재는 젓가락에서 나아가 한식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지금은 나무 젓가락이 일본 업체 니시모토를 통해 미국 대형 마켓 체인 랠프스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젓가락질 도우미 상품 '펀찹(Fun-Chop)'이 한인 업체 인텔리벤터에 의해 개발돼 퓨전 중식 레스토랑 PF 챙(PF Chang's) 등에 일회용 젓가락과 함께 패키지로 납품돼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관련 업종에 있는 한인들에게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도전의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의 아시안 푸드는 일식과 중식이 대표적이었지만 한식이 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수확이었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캘리포니아피자치킨이 '코리안 BBQ 스테이크 타코'를 치즈케이크팩토리의 업스케일 레스토랑인 그랜드럭스카페가 '집에서 만든 한국 김치(House-Made Korean Kim Chi)'를 곁들인 '아시안 쇼트립 타코'를 중식 패스트푸드 체인인 팬다 익스프레스가 한식 바비큐 레서피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코바리 비프'를 내놓았다.

미국 레스토랑들이 한식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만하면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길이 열렸다. 기회를 잡는 것은 이제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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