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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공부, 공부' 하는 학부모를 위한 변명

김완신/논설실장

대학 합격자 통보가 한창이다. UC계열 대학들이 대부분 발표를 마쳤고 이번 주말이면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사립대학의 합격자 통보도 끝나게 된다. 원하던 학교에 입학이 허가된 학생과 낙방한 학생들이 결정되면서 학부모들의 마음에도 희비가 교차한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한인 학부모들에게 대입 당락은 자녀 교육의 전부일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년 전 교회에서 운영하는 주말 한글학교에서 SATII 한국어 클래스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클래스에서 특별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부모들의 반응을 아이들을 통해 발표하게 했다.

상황은 이렇다. '여러분이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들어왔다. 이 경우 부모는 어떤 말을 할까?' 다양하고 기발한 답변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대답은 단 한가지였다. '빨리 컴퓨터 끄고 공부해!'

그때 여러 학생들이 질문을 했다. "왜 한국 부모들은 항상 공부 공부 하나요? 대학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나 자신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어쩔 수 없는 한국 부모라 엄밀하게 따지면 대답할 자격은 없었다. 아이들이 어쩌다 100점을 맞아 오면 그저 칭찬하면 될 것을 '너희 반에서 몇 명이나 100점 받았니?'가 생각없이 튀어나오는 저급한 부모다. 망설임 끝에 그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들이 너희들에게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잘나고 대단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식들이 안정적이고 평탄한 삶을 살기 원하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다. 너희들은 세계적인 예술인으로 이름을 날릴 수도 있고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유명 연예인이 될 수도 있으며 컴퓨터 게임으로 세계 챔피언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런데 너희들이 그런 자리에 우뚝 서려면 얼마 만큼의 노력이 필요할까를 생각해 봐라. 그런 인물이 될 확률은 수백만분의 1이 안 될 수도 있다. 너희들이 그런 희박한 가능성에 처음부터 도전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대학교육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격을 확보했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라는 뜻은 아니다. 너희들의 원대한 미래에 대학교육은 기본이 되고 비록 성장해서 대학과 상관없는 분야에 종사한다고 해도 대학에서 쌓은 학문적 소양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자부심과 긍지가 될 것이다."

설득력 부족하고 지극히 사적인 생각이었지만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부모들이 공부만을 요구하는 것도 결국은 자식에 대한 사랑의 다른 표현임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대 진학을 원했던 나에게 아버지는 공학이나 의학을 고려해 보라고 하셨다. 일제시대와 해방기 6.25전쟁 민주화 과정 등을 겪었던 아버지는 문과보다는 시대적 이데올로기에 휩쓸리지 않는 기술계통의 진학을 원하셨다. 당시는 자녀의 적성과 상관없이 실용 학문을 바라셨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혼란의 시대를 살아왔던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들판의 꽃 이름을 가르치는 부모나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는 부모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명문대학 만을 고집하는 풍토에 지탄의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열에 깃들어 있는 부모의 자식 사랑마저 매도돼서는 안 된다.

글을 마치면서 나는 기숙사의 아들에게 전화해 한 마디를 건넨다.

"공부 잘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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