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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차인표, 국민의 마음을 흔들다

이종호/논설위원

차인표라는 배우 솔직히 별로였다. 우선 이목구비 뚜렷한 도회풍의 외모부터 정이 가지 않았다. 왠지 오버하는 듯한 연기도 거슬렸다. 그런데도 10년 넘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좋은 일 많이 하는 배우라는 얘기는 들었다. 두 아이를 공개 입양해 키우고 국제 어린이 구호단체 컴패션(Compassion)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최근엔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캠페인에 힘을 쏟고 있다는 소식도 안다. 하지만 그런 활동도 실은 독실한 크리스천 아내 신애라 때문이겠거니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방영된 SBS 연예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보고 나서다. 두 번의 방송에서 그는 살아온 내력과 지금 하고 있는 활동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감동적으로 쏟아 놓았다. 그리고 세상을 품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오롯이 보여 주었다.

그의 삶이 처음부터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우리처럼 똑같이 먹고 사는 일에 고민하던 보통 사람이었다. '어쩌다가' 탤런트가 됐고 '어쩌다 보니' 유명인이 됐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완전히 사람이 바뀌었다. 컴패션 홍보대사였던 아내 대신 가게 된 인도 오지에서 직접 아이들의 손을 잡아 본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눈시울을 붉히며 풀어내는 그의 말엔 어떤 꾸밈도 없었다. "전에는 죄를 안 짓는 게 아니라 짓고도 잘 숨기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가치관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유흥업소에 한 번도 안 갔다. 한 달에 4만5000원으로 아프리카 어린이를 교육시키면 그 아이가 가정과 사회를 변화시킨다. 그것을 아는데 큰 돈을 그렇게 쓸 수가 없었다."

또 이런 말도 했다. "한 때 주식투자를 했다. 정보를 교환하다 보니 주변엔 돈 이야기 하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봉사하고 남을 돕는 일을 했더니 그 때부터 주변이 그런 사람들로만 채워졌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지금이 그때보다 100배는 더 행복하다."

방송에서 차인표는 한 번도 하나님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가 절절한 간증이었다. 진행자 이경규와 김제동이 끊임없이 세상 화제로 말머리를 돌리려 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침이 없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누세요 사랑하세요 지금 당장 실천해 보세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부끄러웠다. 마음으로는 '나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나누겠습니다.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랑하겠습니다'라고 곧잘 다짐하던 나였다. 입으로는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용서하겠습니다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사하겠습니다'를 노상 되뇌던 나였다. 그렇지만 정작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땐 늘 머뭇거리고 주저했던 것이 또한 내 모습이었다.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나 보다. 방송이 나간 후 한국은 온통 난리였다. 인터넷엔 격려와 성원 공감과 반성의 댓글들이 폭주했다.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컴패션은 그의 방송 후 며칠만에 6500여명이 제3세계 어린이 돕기 결연을 맺었다고 했다. 연간 결연자 수가 대략 1만여명임을 감안하면 차인표는 단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엄청난 일을 해 낸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것을 두고 '성령의 역사(役事)'라고 말할 것이다.

방송을 본 다음 날 무엇인가에 이끌린 듯 우리 가족도 태국 오지의 한 소수민족 어린이와 결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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