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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있는데 이제 물속으로 안 들어갑니다 … 이 말 남기고 이틀 뒤 그는 바다로 떠났다

[조인스] 기사입력 2012/03/29 12:53

고 한주호 준위 오늘 2주기
UDT 상관 오영달씨가 말하는 그와의 마지막 통화

고(故) 한주호

고(故) 한주호

“저도 나이가 있는데 그래야죠.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2010년 폭침당한 천안함의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순국한 ‘UDT의 전설’ 고(故) 한주호 준위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그가 바닷속으로 뛰어들기 직전 상관으로 모셨던 오영달(48)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전우회 자문위원과의 통화에서다. 한 준위의 상관으로 8년, 같은 부대에서 20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오 위원은 그를 책임감으로 무장한 ‘천상 군인’으로 기억한다.

오 위원은 29일 한 준위 사망 2주기(30일)를 앞두고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를 공개했다. 한 준위와의 마지막 통화는 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28일 정오쯤. 한 준위가 백령도에 파견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평소 그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제일 먼저 물속에 들어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몸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하려고 전화기를 들었다고 한다.

“영감님!”. 오 위원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한 준위(당시 52세)를 늘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조류도 빠르고 시야 확보도 되지 않는 곳입니다. 이번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세요. 후배들을 통제하는 일을 하세요.”

오 위원의 당부에 한 준위는 “저도 나이가 있는데 그래야죠.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통화는 한 준위가 진해 비행장에서 백령도행 헬기에 몸을 싣기 직전 이뤄졌다. 그게 20년 전우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특전 교관 당시 한 준위는 후배이자 제자들에게 ‘따뜻한 호랑이 교관’으로 통했다고 한다. ‘항상 극한을 가정하라’며 언제나 대열 선두에서 훈련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수심 40m 잠수 교육 땐 먼저 물속에 들어가 조류와 장애물을 체크했다. 6개월 동안 계속되는 혹독한 훈련으로 급성 세균 감염증인 ‘봉와직염’에 걸린 교육생들의 발목 부위 고름을 입으로 빨아 내는가 하면, 발목 염좌를 치료하기 위해 직접 침술을 배웠다.

지난해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아덴만 여명 작전)에 투입됐던 대부분의 대원을 포함해 그의 제자는 2000여 명에 달한다.

교육을 위해 찾았던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 전역 후 “이곳에서 살겠다”며 한두 푼 모아 땅을 매입했지만 빚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다. 오 위원은 “출동 직전 ‘딸 슬기가 공부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자랑하면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며 좋아하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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