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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돈 수렁'에서 건져올린 잭팟 철학

[LA중앙일보] 발행 2012/04/0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4/02 17:45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전국 휩쓴 메가로토 광풍 수억달러 당첨이 행복일까 일상의 소중함 깨지 않아야
지난 몇 주 동안 괜한 즐거움 괜한 걱정 참 많이 했다. 꿈이 좌절되면 아쉬움이 커야 할텐데 막상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한시름 놨다는 기분이다.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면 오늘 또 메가로토 행렬에 나서야 했다. 이거 완전히 수렁이다. 안 하기도 뭐하고 계속 하자니 푼돈이 아니었다. 온갖 상상의 나래가 종합된 '꿈'을 계속 꾸려니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또 당첨금이 너무 커지다 보니 감당 못할 것 같은 두려움마저 들었다. 로토 열풍에서 인생의 몇 가지 철학을 건졌다.

#. 왜 행복했나= 핵심은 '이 곳이 아니라면 어디든'이다. 현실은 누구에게나 갑갑하다. 반복되는 일상은 좋고 나쁜 것을 떠나 '얽매임'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지위고하.재산유무와 무관하다. 얽매이게 마련인 일과 사람 관계는 행복의 조건이면서도 반대로 답답함(불행)의 요소다. 로토의 행복감 근저에는 일상의 촘촘한 '거미줄'을 확 걷어내고 싶은 욕망이 깔려있다.

#. 돈은 무엇인가= 잭팟을 돈이 아닌 상품으로 바꿔보자. 당첨됐을 때 누구나 갖고 싶은 공통된 것을 전부 모아 잭팟 상품으로 지급한다면 이번처럼 광풍은 불지 않았다. 돈은 상품 교환 가치이지만 사실은 '언제든 살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따라서 잭팟을 집 자동차 전자기기 등 물건으로 지급하면 감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물건은 존재의 자유감하고는 전혀 상관없다.

#. 잭팟의 실체= ①일상을 순식간에 그것도 통째로 뒤바꿀 수 있는 능력. ②"나는 자유다"라고 외치고 행동하기.

#. 왜 두려웠나= 돈은 일정한 수준까지는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무덤덤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 사회.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로토 행렬에 낀 사람들은 콧방귀를 뀐다. '난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돈 관리가 아니다. 관계의 '단절'일 가능성이 높다. 혼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충만감은 특히 가족간.사회적 관계를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그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도 생략하게 한다. 모든 것이 익스프레스다. 중간 지점의 너와 나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뜨거운 날 디즈니랜드에서 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다리 아프다는 아이를 업어줄 필요도 없고 아이스크림으로 달래줄 필요도 없다. 배우자 생일날 고심하면서 선물을 고를 필요가 없다. 관계의 다른 한쪽에서 끈을 쥐고 있는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과연 행복인가.

키타노 다케시는 '가족'을 "누가 보지만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말했다. 혹 잭팟 당첨은 "누가 보더라도 (큰 돈을 주어) 내다 버리고 싶어지는 것"은 아닌가. 고독한 자유.

#. 행복한 잭팟= ①집을 사도 재산세 걱정해야 한다. ②차가 긁힐까 조심스럽다. ③주변 사람에게 멋진 식사를 자주 내지만 배우자 눈치가 보인다. ④크레딧 카드 명세서를 본다. ⑤여행 기간과 휴가 기간을 따져야 한다.

행복한 잭팟은 17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 사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좌절된 푼돈들의 시샘이 저주로 바꾸지는 않는다.

#. 또 해야하나= 한 사람의 당첨자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잔돈'들은 울어야 했다. 다음 번에 홀로 웃고 싶다.

잭팟 비결은 메가번호를 '우리'로 찍고 나머지 다섯 개 번호는 '여유' '즐거움' '자유' '사랑' 그리고 '관계'에 찍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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