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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투표는 축제다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한국에서 치러지는 4.11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재외국민 투표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각 지역 선거구 및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투표가 이뤄졌다. 나는 지난 주말에 이웃 주의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함께 투표를 했다.
 
워싱턴 인근 지역의 경우 한미과학협력센터 건물에 투표소가 마련되었는데 건물 입구에 태극기 그림과 함께 ‘투표소’라고 큼지막하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한글로 ‘투표소’ 표시를 보는 것 만으로도 한국 집으로 돌아간 듯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투표소에서 “우리 아들이 생애 첫 투표를 하는 거랍니다”하고 내가 지나가는 말로 설명을 하자, 진행 요원이 그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해 주었다. 생애 첫 투표라든지, 아기까지 안고 온가족이 투표를 하러 왔다든지, 연로하신 어르신들께서 투표에 참여하신 경우 특별히 즉석 기념 촬영을 해 준다는 설명이었다. 참 세심한 배려라고 할 만하다. 아들은 생애 첫 투표를 주위 어른들의 칭찬까지 받으며 치러낸 셈이다. 아들 녀석은 몹시도 기쁜 표정이었다. 국민의 권리이자 신성한 의무인 선거에 아들을 참여 시킨 나로서도 뿌듯한 시간이었다.
 
성인이 되어 선거권을 가진 이후에 나는 투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가 열세라서 뽑힐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나는 소신대로 투표를 하곤 했다. 내가 표를 던진 후보가 뽑혔을 땐 기뻤고, 그가 낙선 했을 때는 아쉽지만 당선자가 잘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난 이후로 내게는 투표를 할 기회가 없었다. 지난 10년 여의 세월 동안 미국땅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나는 미국의 선거에도 한국의 선거에도 참여 할 수 없었다. 마침내 재외국민들에게도 선거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그제서야 제대로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은 듯 했다.
 


혹자는 ‘미국 땅에 살면, 미국 일에나 신경 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미국에 살고 있으므로 설령 내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더라도 미국이 잘 되어가길 기대하며 미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금도 착실히 내고, 주위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쓴다. 내게 미국의 선거권이 주어진다면 나는 성실하게 그 의무를 다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 어디에 살건, 내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고 내 가족이 대한민국 땅에 있는 한 나는 한국으로부터 한 치도 멀어질 수 없다.
 
나의 큰 아들은 현재 강원도 전방에서 적과 대치 중이고, 작은 아들도 조만간 한국군에 입대할 것이다. 한국이 이들의 조국이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만큼이나 신성한 것이 선거이기도 하다. 내 나라의 ‘지도자’들을 잘 뽑아야 나도 내 가족도 편안할 것이다. 게다가 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달로 재외국민의 물리적 거리는 많이 완화가 되었다. 비행기만 타면 한나절에 갈 수 있는 조국,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이 비좁은 지구촌 시대에 외국에 나가 있다고 조국의 일에 무심할 수는 없으며 외국에 산다는 것이 투표 자격의 상실을 의미할 수는 없다.
 
첫 투표를 한 아들은 명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이름도 생경한 각종 정당 표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가려내고, 도장을 찍고, 투표함에 넣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소속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투표를 통해 국민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함께 나누는 것도 배웠으리라.
 
내 주위에는 3개월에 걸친 선거인 등록기간을 놓치고 이제서야 선거인 등록을 희망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그때는 잘 몰라서 등록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투표가 진행되는 것을 접하면서 아쉬운 감이 드는 모양이다. 이번에 투표의 기회를 놓치신 분들은 올해 12월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선거인 등록을 놓치지 마시길 당부드린다. 기간 내에 선거인으로 등록을 해야 선거일에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고 우리의 한 표, 한 표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다. 내가 던진 표 한 장이 민주주의의 꽃 한 송이가 되는 것이니 투표는 정녕 즐거운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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