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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누가 '참'이고 누가 '개'인가

이종호/논설위원

한국의 정치는 늘 답답하다. 특히 요즘같이 선거를 앞두고는 더 그렇다. 당장 당리당략 앞에 물 불 가릴 줄 모르는 야당의 행태는 20~30년 전이나 다를 바 없어 지겹고 식상하다. 언제 한솥밥을 먹었느냐는 듯 쇠락하는 권력과의 선 긋기에 여념이 없는 여당의 비겁과 몰염치도 역겹다.

거기에 더 이상 아무런 저항조차 못하는 먹잇감을 앞에 둔 하이에나 떼 마냥 힘 빠진 대통령을 이리 쫓고 저리 물어대는 여론을 대하는 것도 민망하고 안쓰럽다. 물론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때도 그랬다. 그 때 그렇게 공격하고 몰아세우던 그들이 지금 똑같이 되돌려 받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비열함과 비정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5년 뒤에는 이런 일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으려나? 장담을 못하겠다. 시대와 상황이 달라져도 평가가 뒤바뀌지 않는 지도자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없을까? 자신이 없다. 여태껏 그런 사람들만 뽑아온 국민의 수준이 하루 아침에 달라질 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기(史記)'를 저술한 중국의 사마천을 위대한 역사가라 칭하는 것은 그가 시대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기'를 집필하면서 사마천이 지킨 두 가지 원칙은 직서(直書)와 포폄(褒貶)이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는 '직서'와 그 사실에 대해 옳음과 그름 선함과 악함을 바르게 평가하는 '포폄'은 그로부터 시공을 초월해 역사 서술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또 인물을 판단하고 시대를 평가하는 동양 각국의 기준도 그로부터 나왔다.

정론 직필을 모토로 내 건 근대 이후 한국의 언론도 사마천의 이런 역사의식을 계승한 것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요즘은 그런 언론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기성 언론은 상업성과 정파성으로부터 대부분 자유롭지 못하고 인터넷 시대의 소위 대안언론이란 것도 선정성과 무책임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선거를 앞둔 요즘 정치 지망생들을 앞에 두고는 더 그렇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입 발린 소리들이 너무 어지럽다. 교언영색 감언이설도 모자라 좌충우돌 날 선 말 펀치들은 옥석 가리기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뽑아야 한다. 모두가 심판이 되어 제대로 보고 정확히 따지고 냉정하게 비교해서 리더는 세워야 한다. 개별적으로 보면 하나같이 괜찮은 사람들이지만 정치라는 구조 속에만 들어가면 예외 없이 협잡과 기만의 모리배로 전락해 버린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으면도 어쩔 수 없이 또 기대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숙명이다.

방법은 하나 개인들이 평가의 잣대를 바로 세우는 것밖에는 없다. 충분한 정보나 성찰 없이 한 두 가지 사안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그릇된 판단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의 주장만 옳다고 여기는 완고함을 떨치고 열린 마음으로 여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참~'이라는 말은 식물의 모양이나 품종이 더 좋은 것을 뜻하는 접두어다. 반대로 '개~'는 개살구 개두릅처럼 변변하지 못한 것 흔해 빠진 것을 나타내는 접두어다. 돌배 돌사과 돌콩 등에 쓰인 '돌~'도 비슷하다.

식물 뿐이 아니다. 잘 붙이지 않아서 그렇지 사람도 '참~'이 있고 '개~'나 '돌~'이 있다. 결국 누가 '참'이고 누가 '개'인지 가려내는 혜안을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가졌느냐가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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