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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한국의 소리만 외쳐야 하는가"…록펠러재단 펠로십 3만불 받은 가야금 연주가 한테라씨

국악의 경계 뛰어넘어 다양한 음악 공부

생활에서 예술 즐기는 뉴요커 모습에 감동

당차고 젊은 국악인 한테라(30·사진)씨. 2010년 가야금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록펠러재단 펠로십에 선정돼 3만 달러를 받았다. 한씨는 펠로십 기간 동안 국악의 경계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음악가들을 접하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뉴욕 아시아문화협회(ACC)에서 특별 공연을 열어 타민족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4월을 마지막으로 펠로십을 마치고 뉴욕을 떠나는 한씨를 만났다.

-펠로십을 마치는 소감이 어떤가요.

“뉴욕이 왜 문화 예술의 중심지라고 하는지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감동 받았어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뉴욕 음악의 대중성과 권위적이지 않은 부분을 많이 배웠고요. 뉴욕이라는 곳과 미국이라는 곳의 음악 문화와 트렌트를 많이 공부하고 돌아갑니다.”



-펠로십은 어떻게 선정됐나요.

“2008년에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연주를 했어요. 그 때 펠로십 관계자 분이 제 연주를 보고 추천을 해 주셔서 지원하게 됐어요. 2010년에 선정됐는데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바람에 뉴욕에는 지난해 10월에 왔어요. 처음에는 분위기도 터프(tough)하고, 정서적으로 잘 안 맞아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 때 너무 힘들었는데 ACC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지난달 공연도 ACC에서 특별히 기회를 줘서 열 수 있었고요. 단독으로 콘서트를 열어주는 경우가 드물었는데도요.”

-타민족에게는 가야금이 생소했을 텐데요.

“뉴욕에 와서도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죠. 전통 음악을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데 가야금 그 자체로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가야금이라는 게 한국의 악기지만 꼭 한국의 소리만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영어도 하고 한국말도 하고 일본말도 하듯이 가야금이라는 건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이 악기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힘을 주는 소리를 내고 싶어요.”

한씨의 원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하다 6살 때부터는 가야금을 배웠다. 그러다 국립국악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가야금을 전공하게 됐고 이후 서울대 학사·석사 과정을 거쳐 동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엘리트’ 국악인 코스를 밟아 온 한씨지만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꿈을 붙잡고만 있을 수 없었다.

-국악 연주자로서의 고민이 있었나요.

“‘왜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할까’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피아노를 했다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을 훨씬 쉽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가야금은 그에 비하면 하는 사람도 적고 수요·공급도 적어 점점 답답함을 느꼈어요. ‘나는 가야금과 우리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데 왜 가야금은 이렇게 힘들까. 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죠. 대학에 들어가면서는 대중성과 예술성과의 갈등에서 또 부딪치게 됐고요.”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식상한 말이긴 하지만 감동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내 음악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이런 음악을 하고 싶었죠. 그 전까지는 내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내 기량을 닦고 연주의 질을 높이는 것만이 중요했어요. 그런데 그건 평생 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이제는 공부하고 쌓아왔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사회에 환원하면서 의미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활동하던 한계를 넘어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일본이나 중국 같은 이웃 국가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소통하는지 궁금해서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 프로젝트를 짰어요. 프로젝트 하는 도중에 펠로십도 선정된 것이고요.”

-뉴욕에 오는 것에 대한 반대는 없었나요.

“전통 음악 쪽이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라 ‘뭐 하러 미국에 가냐, 여기 있다가 교수되거나 인간문화재 돼라’라는 반대가 좀 있었죠. 저는 전통 음악가이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꿈을 펼쳐보고 싶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었죠. 글로벌 시대에 언제까지 한국의 소리만을 외치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요즘은 국적을 따지기 보다는 어떤 물건을 만들어도 가치가 있으면 인정 받잖아요. 물론 우리 전통이 소중하고 거기서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야금의 국제 경쟁력을 꼽자면?

“가야금처럼 인간과 친숙한 악기도 없는 것 같아요. 100% 명주 실크로 된 현이고 또 이걸 아무런 장치 없이 맨 손가락으로 연주해요. 이 ‘살소리’가 굉장히 특별해요. 인위적인 소리가 아니라 내 몸에서 나오는 소리요. 음악 장르의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우리 음악의 특징은 하나는 한(恨), 그리고 하나는 신명(神明)이라고 봅니다. 피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게 한이고 신이 울고 갈 정도로 신나는 게 신명이잖아요. 연주가 잘 됐을 경우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이 감정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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