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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나쁜 스트레스 좋은 스트레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학자 월터 캐논이 한 여자 아이의 위장을 특수 내시경을 통해 들여다 보았다. 침대에 누워 옆에 있는 엄마를 보며 편안할 때 소녀의 위장벽은 분홍빛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엄마가 문을 열고 방을 나가는 순간 소녀의 위장벽은 시뻘겋게 색깔이 변했다. '엄마와 떨어진다'는 불안한 감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실험은 캐논 박사의 '싸우거나 도망치는 스트레스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학설이 나오게 된 동기가 됐다. 이유 없이 가슴이 쿵쾅거리며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상기되며 진땀이 나서 금방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질려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약 절반이 공황장애(panic disorder)를 처음 경험한 경우다. 심장과 혈액검사가 정상이고 안정제를 투약해 편안해지면 응급실에서 이런 환자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한다.

공황장애를 한번 경험한 사람들 중에는 집을 나갔을 때 다시 증세가 생길까봐 두려워 외출을 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나는 '동굴 여인의 이야기'를 해준다.

"옛날 인간들이 동굴에서 살 때는 산이나 들로 나가 열매를 따다가 먹었습니다. 어느 날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도망갈 길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도망(flight response) 가겠지만 만일 길이 막혔다면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fight response). 그 때 인간의 몸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싸움에 필요한 피를 온몸에 보내기 위해 심장은 빨리 뛰고 산소 공급을 늘리기 위해 호흡은 가빠집니다.



또한 피를 많이 보내주려고 혈관이 팽창되니 얼굴은 상기되고 땀이 많이 납니다.

생존을 위해 우리 몸안의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들이 모두 항진된 상태입니다.

현대의 우리들은 사자를 만날 일은 없지만 사자와 같이 힘든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대학에 간 자식이 친구들과 어울려 마약을 하지는 않을까라는 의혹이 생기는 순간 사자를 만난 사람이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스트레스 반응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자(스트레스)가 없었다면 인간은 연장을 만들어 사자와 싸울 준비도 안하고 튼튼하게 집을 건축해 사자의 침입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려는 시도도 안했을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우리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연장을 만들고 건축이나 식품 가공을 가능케한 것은 인간의 두뇌 중 전두엽의 발달 덕분이다. 스트레스에 대항해 도망치거나 싸우는 반응은 생존을 위한 포유동물의 본능이다. 인간에게도 이 본능이 있다. 그래서 사회가 다양해지고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불안해진다. 이 불안 증상이 심해지면 우리의 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공황증세다.

그래서 인간은 전두엽의 기능 중 하나인 감정 조절을 배우고 스트레스를 가능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는 뇌전파 물질을 개발해 만든 약들이 바로 항우울제나 항정신제들이다. 이것도 전두엽의 기능인 창조성 덕분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어느 정도의 불안이나 우울은 운동이나 취미 친구 종교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해 생활에 지장을 줄 때에는 주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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