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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공 그 이후'를 계획할 때다

최상태/기획취재팀 차장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세대가 자녀에게 물려줄 것은 무엇일까.

먹지 않고 자지 않고 허리띠 졸라 모은 재산일까. 척박한 이민환경과 언어장벽을 견뎌내며 단련된 굳센 의지력과 경험일까. 부모 탓 환경 탓하기보다 내 힘으로 일어서겠다는 자립정신일까. 아니면 후대로 이어지는 장학재단.문화재단 등의 비영리단체 설립일까.

요즘 기자는 독자들의 전화를 부쩍 많이 받고 있다.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장정헌 유니은행 회장의 '액션테이커'를 잘 읽고 있다면서다. '액션테이커'는 중앙일보가 오랫동안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발굴한 역경 극복 스토리다.

이 책은 미국생활에서 겪은 이민 1세대라는 누구나 한번쯤 공감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재 내용을 읽고 "이건 내 얘기입니다"라는 세탁소 주인들 자영업자들의 고백이 많았다. 어려워서 포기할까 싶었는데 누구는 이 역경을 디딤돌 삼아 일어섰다니 '나도 한번 해보자'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장 회장은 본사 부도로 600달러로 수영장 청소 구두수선 막노동 등으로 시작해 어렵게 집을 장만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탁소를 차렸다. 첫 비즈니스라 경험도 없이 인수 후에는 매상이 떨어졌고 고객 관리.종업원 관리로 골치를 썩었다. 그러나 갖은 노력 끝에 세탁소 운영에 성공하고 다시 이를 기반으로 재활용업체 염색공장 무역회사 의류회사 등 8개 회사로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일흔의 나이에도 은행 이사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자는 이 책에서 누구든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는 원리를 발견하려 했다. 그런데 성공하는 원리 이상의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성공 이후였다.

성공한 이민 1세대가 생각하는 최대 고민은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이다. 이렇게 피땀 흘려 고생해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한다.

장 회장 자신도 사업을 매각한 후에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고 했다. 사업만 해오던 인생에서 사업이 없어지니 공허해지고 의미를 상실하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갖게 되는 공통적인 문제였다. 그는 성공한 이후를 미리 꼼꼼히 계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들에게 얼마를 물려줄지 일 대신에 어떤 활동과 취미는 할지 사회 환원은 어떻게 할지 꼼꼼해 챙겨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 이후에 오는 공허감과 혼돈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자녀들만 해도 그렇다. 생존을 위해 그렇게 발버둥치는 부모세대에 비해 넉넉한 생활환경에서 살다보니 자립과 자생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별 준비없이 사업체를 물려줬다가 회사와 자녀를 동시에 망하는 경우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지 않는가.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에게 본받은 점은 기부가 아니다. 그들은 사업이 궤도에 올라서기 전부터 성공 이후의 삶을 계획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명성에 안주하기 보다 그들의 인생 계획에 따라 나눔의 행보를 하다보니 가정도 지키고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성공을 향해 달리는 한인 1세 1.5세도 이제는 한번쯤 멈춰서서 '성공 이후'를 미리 계획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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