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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흥행 가능 궁금 시사회 호평 가능성 봤다"

영화 '마이 웨이' 미국 진출 나선 강제규 감독

강제규 감독이 '마이 웨이(My Way)'를 들고 다시 한번 미국을 찾았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쉴 새 없이 갈아치워 왔던 그다. 그만큼 '마이 웨이'에 쏠렸던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의 흥행 성적은 당초 예상치를 밑돌았다. 강제규 감독과 '마이 웨이'도 다양한 비판과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인 미국에 상륙한 '마이 웨이'의 흥행 결과가 더욱 궁금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LACMA에서 열린 시사회 현장에 모인 400여 명의 관객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70% 이상을 차지한 비한인 관객들은 영화 속 역사적 배경에 큰 흥미를 보이는 한편, 인상적인 장면이나 대사가 나올 때마다 박수나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배우들의 열연과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 묘사에 매료된 것은 물론이었다. '마이 웨이'가 미국에서 흥행 설욕전을 치를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개봉에 앞서 LA를 방문한 강제규 감독을 만났다.

- 미국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나라별 관객들이 서로 다른 느낌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은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미국은 직접 영화를 찍어보려고 준비했던 곳이라 반응이 더 궁금하다."



- 미국 관객들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데.

"한일관계나 시대적 배경에 친숙할 경우 영화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지점도 분명 있겠지만 가끔은 그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불편한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다 보니 그에 관한 영화 외적인 요소들이 감정이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미국 관객들은 자유로울 수 있어 한중일 관객보다 오히려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을 듯하다."

- 처음 '마이 웨이'의 소재를 접했을 때 받았던 느낌은.

"'이런 얘기가 있을 수 있나?' 싶었다. 역사 속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았던 특별함과 신선함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영화를 통해 과거들 이야기함으로써 두 나라의 미래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감독으로서 영화에는 만족하나.

"흥행만 놓고 보면 많이 부족하다. 지금껏 연출한 4편의 영화 중 처음으로 내가 희망하지 않은 흥행 결과를 가져온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유가 뭘까 영화와 흥행의 함수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많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그런 면에선 고맙게 생각한다."

-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 부분은 함부로 얘기하기엔 민감한 지점이 많이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들이 '마이 웨이'를 둘러싼 논쟁과 흥행 결과에 대해 감독의 의견을 궁금해 했지만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에게 서로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시간을 좀 벌어놓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이란 매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데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고 꼭 공론화시켜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 속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노르망디 전투 장면이다. 영화에 총 3번의 주요 전투 장면이 있는데 그 중 노문한 전투나 독.소전의 경우 일반인들이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비교대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노르망디전은 달랐다. 일반 관객들이 노르망디 전투 장면을 보고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신경을 많이 썼고 결과에는 만족한다."

-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너무 많다. 한국에선 가장 큰 예산의 영화이긴 했지만 그 돈으로 이런 규모의 영화를 찍는다는 게 사실 비현실적이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제한된 예산 속에서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이자 부담이었다. 전체적인 만듦새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예산 탓에 촬영을 못 하거나 축소하거나 앵글이나 샷을 바꾼 부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 배우들에 대한 평가를 해 준다면.

"모니터를 보며 소름이 돋아본 것은 처음이다. 배우라는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의 위대함을 여실히 느꼈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는 프레임마다 구별되는 다양한 표정과 느낌들을 통해 전율을 느끼게 하는 찰나들을 선사해줬다. 판빙빙을 보면서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와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달았다. 이 배우들을 통해 느꼈던 쾌감이 없었다면 아마 '마이 웨이'의 스태프들은 너무 지치고 힘들어 영화를 다 끝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다시는 전쟁 영화를 찍지 않겠다' 공언했지만 또 '마이 웨이'를 만들었다. 다시 전쟁 영화를 찍을 생각이 있나.

"그런 끔찍한 얘긴 하지도 마라. 다신 안 할 거다. 전쟁을 얘기한다는 그 자체는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든다. 다만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다. 참 무거운 일이기도 하다. 전쟁을 너무 오랫동안 안고 있는 게 힘이 든다. 영화를 시작하고 끝내고 심지어 개봉하고 나서까지 내 안에서 전쟁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울하고 가라앉은 채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찍고 싶나.

"'마이 웨이'를 촬영하는 동안 옆 세트에 영화 '부러진 화살' 팀이 있었다. 우린 매일 폭발하고 터지는 촬영 뿐이니 다들 긴장하고 굳어있는데다 하루에도 몇 명씩 병원으로 실려가곤 했는데 옆 세트장에선 매일 웃음소리가 나고 다들 그렇게 행복해 하더란다. 그 현장을 보고 온 촬영감독이 '나도 현장에서 웃을 수 있는 걸 찍고 싶다'고 말하더라. 나 역시 이젠 경쾌하고 가벼운 걸 해보고 싶다. 요새 가장 부러운 게 로맨틱 코미디 장르 감독들이다. 이젠 내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쓴 작품이 아니더라도 좋은 이야기라면 장르나 규모에 상관없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어떻게 돼 가나.

"옛날엔 꼭 미국에서 전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좀 자유로워졌다. 보다 많은 관객에게 내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갈망이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그게 꼭 할리우드라는 윈도우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경민기자
사진=백종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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