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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기들은 똑같은 소리로 운다

김완신/논설실장

4.11 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후보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자 외국인 혐오적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다. '매매혼으로 팔려온 X' '대한민국의 등골을 빼먹는 다문화의 실체가 드러난 것' 등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자스민 후보가 비난을 피해 잠적할 정도다. 또한 얼마전 수원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중국 동포 오원춘 사건이 알려지면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은 이방인 낯선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제노(Xeno)와 공포라는 의미의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용어다. 외국인에 대한 가학성으로 표출되면 반감과 증오로 나타나고 수동적 개념으로는 이방인에게서 느끼는 두려움을 말한다. 유럽이 다민족 사회로 변화하면서 외국인 혐오증은 확산되기 시작했고 독일의 나치즘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단일민족의 전통을 유지해 온 한국에서 외국인 혐오증은 생소한 용어였지만 산업화로 외국인 노동자수가 100만에 이르고 결혼을 통한 이주 외국인이 20만명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현재 한국에서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이슈가 되고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외국인 혐오증이라기 보다는 인종차별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백인에게는 열등의식과 함께 지나치게 관대한 반면 흑인이나 동남아시아인들에게는 우월감과 멸시를 드러낸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혐오증의 대상도 대부분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다. 심지어 동족인 탈북자와 중국동포들에게도 단지 그들이 타지에서 왔고 하급 노동계층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대하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글로벌을 외치고 있지만 한핏줄의 동포도 끌어안지 못한다.



첨단기술과 교통수단의 혁신은 글로벌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한국은 우리끼리 모여 살던 한반도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순혈주의와 민족주의는 집단의 정체성과 결속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편협해지면 인종차별이 된다. 인종차별은 한국뿐 아니라 다문화사회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유럽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민을 받아들였던 독일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우리의 다문화주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미국도 이런 점에서 완전하게 인종차별이 철폐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백인 흑인 아시안 등의 인종을 처음 분류한 학자는 스웨덴의 칼 폰 린네다. 그의 분류가 인종차별의 이론적 근거가 돼 노예제와 유럽 식민주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이는 편의상의 분류일 뿐 인종적 우열과는 관계가 없다. 인간 유전정보를 규명하는 '지놈 프로젝트'에서도 인간의 유전정보는 백인 흑인 아시안의 구분에 상관없이 99.9% 동일하며 차이는 0.1%가 되지 않았다. 결국 과학적으로 판단할 때 인종 간의 우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부색과 종족을 택해 태어날 수는 없다. 자유의지로 선택하지 못한 것에 가해지는 차별은 폭력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도 죽을 때도 평등하다. 시인 하종오는 한국인 산모는 친정 어머니의 미역국을 먹고 한국에서 몸을 푼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산모는 시어머니의 미역국을 먹지만 '아기들은 똑같은 소리로 운다'고 했고 존 F. 케네디도 전장의 무덤에는 '백인과 유색인종의 구분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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