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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이렇게 살벌해서 어떻게 사나

이종호/논설위원

늘 조마조마하다. 한 번은 꼭 터질 것만 같다. 외국인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한국 사회의 갈등 말이다.

이번에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이자스민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서른다섯 살의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이다. 16세 아들 13세 딸을 키우며 18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영화 '완득이'에서 엄마로 나와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그처럼 결혼으로 한국에 온 외국 여성은 21만 명이나 된다. 그 자녀들 또한 15만 명에 이른다. 거기에 일반 외국인 노동자도 120만 명에 육박한다. 더 이상 한국은 한국 사람만 사는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자스민의 국회 진출은 그런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정치 사회사적 상징성이 무척 크다. 그런 점에서 정당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이주여성을 국회로 불러들이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낸 새누리당이 가상하다.



그렇지만 인심은 변덕스러웠다. 선거가 끝나자 이자스민에 대한 인종혐오성 글들이 쏟아졌다. 치졸하고 천박한 그 구절들을 또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동병상련의 수많은 외국 이주민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부끄럽고 죄스럽다. 그런데도 "상처도 받았지만 격려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이자스민이 고맙고 대견하다.

하긴 날 선 칼을 휘둘러 대는 것이 외국 이주자들에게 만일까. 요즘 한국 뉴스를 듣다 보면 하나같이 불평 불만 환멸과 분노의 악다구니들이다. 사람들의 눈자위엔 너 나 없이 핏발이 섰고 표정엔 악만 남은 것 같다. 저마다 날카로운 송곳 몇 개씩은 감추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바깥에서 보는 요즘 한국은 너무 살벌하다. 툭하면 시비 걸고 싸우고 죽고 죽인다. 비웃고 헐뜯고 모함하고 깎아내린다. 70세 할아버지가 지하철에서 말다툼 끝에 77세 할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뉴스엔 말문이 막힌다. 왕따를 못 견딘 어린 중학생이 아파트에서 또 몸을 던졌다는 얘기 친구를 집단 폭행해 암매장하고 길가는 여성을 무단히 붙잡아 유린했다는 소식엔 모골이 송연해진다.

한국 사람들 원래 이렇지는 않았다. 수없이 많은 외적의 침입을 받았지만 한 번도 먼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었던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가르친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꼭 다른 나라 땅을 밟고 쳐들어가야 침략인 것은 아니다.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면 그것도 침략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약자들 얼마나 많은 타인종들의 마음을 짓밟고 울분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 그렇게 손님 잘 대접하고 그토록 인정 많던 한국인이 아니었던가. 그 고운 품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경제는 발전하는데 내게 돌아오는 파이는 너무 작은 데서 오는 박탈감 때문일까. 죽어라 뛰어 보지만 가진 자들은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무력감 탓일까. 그런 심리 속에 애먼 외국인들까지 분풀이 표적이 되고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선 한국도 이제는 다문화 국가라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으로 동화를 강요하는 '멜팅팟(melting pot)'만 고집할 게 아니라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의 조화도 이제는 연구해야 한다.

다문화는 세계적 추세다. 그럼에도 차별이나 배척을 일삼는 것은 한참 시대착오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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