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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형제간 우애가 금덩이보다 귀하거늘

[LA중앙일보] 발행 2012/04/26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4/25 18:30

이종호/논설위원

최고 재벌가의 재산 분쟁 세간의 이목·관심 집중 거친 막말 공방 안타까워
재벌닷컴(www.chaebul.com)이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한국 재벌가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색 사이트다. 이곳엔 재벌가의 보유 주식 평가액 가계도 인맥은 물론 각종 소송 내역에 소소한 가십까지 다 나온다.

이 웹사이트에 따르면 4월 25일 현재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0조원이 넘는다. 그의 아내 홍라희 여사가 가진 주식도 1조 4000억이나 된다. 그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역시 1조원이 넘는 주식 부자다. 요즘 한창 뉴스 메이커가 되고 있는 삼성가(家) 장남 이맹희씨의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1조가 넘는 자산가다.

조(兆)라는 것이 얼마나 큰 돈의 단위인지 보통 사람들로서는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굳이 계산해 보면 500만원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1만6666년을 꼬박 모으고도 8개월을 더 모아야 되는 돈이 1조원이다. 그런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역시 그런 어마어마한 돈을 걸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삼성가의 상속재산 다툼 이야기다.

발단은 지난 2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차명 상속유산을 놓고 장남인 이맹희(81)씨가 3남인 이건희(70)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7000억원 상당의 반환 소송이었다. 이어 LG가문으로 시집간 차녀 이숙희(77)씨도 1900억원대의 소송을 냈다.

소송 금액도 그렇거니와 소송 결과에 따라 삼성의 경영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소송이 더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형제끼리 주고받는 말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도를 넘긴 거친 공방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감정 섞인 격한 말을 토해내고 있을까.

언론은 오래 전 삼성의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쌓여온 해묵은 앙금과 자존심 때문이라고들 분석한다. 또 최근 삼성과 CJ그룹간의 잇단 알력도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은 '돈'이다. 무소불위 금력(金力)의 힘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결코 떨쳐내기 힘든 바로 그 '단맛' 말이다.

그렇지만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재벌가의 '쩐(錢)의 전쟁'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심사는 그다지 편치가 않다.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한국의 재벌은 정부의 막대한 특혜 속에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다. 국민적 성원과 임직원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도 재벌들은 자기가 잘나서 이렇게 성장한 줄로만 안다. 사람들은 그런 몰염치가 싫은 것이다. 부모형제도 가리지 않는 재벌가의 재산 분쟁을 볼 때마다 더욱 씁쓸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서울 난지도 건너 한강변에 투금탄(投金灘)이라는 옛 지명이 있다. 지금의 강서구 가양동 구암공원 앞 여울을 말한다. 거기에 이런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고려 때 이억년 이조년이란 형제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금덩이 두 개를 주웠다. 형제는 의좋게 하나씩 나눠 가졌는데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동생이 자기의 금덩이를 강물에 훌쩍 던져 버리는게 아닌가. 형이 깜짝 놀라 물었더니 아우는 "형님이 없었으면 금덩이를 혼자 다 차지했을텐데 하는 사악한 마음이 들었다"며 "형님을 미워하게 만든 이 금덩이가 참 나쁜 것이구나 싶어 그리했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형도 자기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 때부터 그곳을 금을 던져버린 물길 즉 투금탄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형제간 우애가 금덩이보다 더 귀하다는 것을 일깨운 옛사람들의 얘기일 터인데 지금 삼성가 형제들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무어라 할까. 그들 역시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는 경구 정도는 한번쯤 들어보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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