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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폭동 20주년의 교훈

장태환/UC리버사이드 교수

29일은 LA 폭동이 발생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한인사회에서는 그날을 4·29로 기억하고 있다. 한인들은 엄청난 재산 피해, 정신적 충격, 그리고 미국 주류 언론들의 무법자 취급이라는 삼중고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은 재기에 성공해 미국 주류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4·29는 미주 한인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심어주는 결정적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안고 미국으로 이민했던 한인들은 당시 ‘미국 속의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4·29 폭동은 그들에게 이제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인사회는 엄청난 재산 피해를 봤으나 미국 정치인들은 누구도 한인사회에 관심과 배려를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인들은 정치적인 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한인들은 정치력 신장이 미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지난 20여 년간 한인사회는 정치력 신장을 위한 노력을 해 왔으나 아직 미미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주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은 바로 올바른 한·미 관계 정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친(親)이스라엘이 되도록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미주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크게 신장한다면 한·미 관계 정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4·29 폭동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단일민족의 허구성에서 깨어나 다인종·다민족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인들은 코리아타운에서 거주하면서 한인교회에 다니고 한국어 방송을 시청하는 ‘미국 속의 한국인’이 아니라 다민족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종 화합과 공존을 위한 능동적인 대처를 모색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다문화 사회로 바뀐 대한민국도 4·29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인종과 민족에 대한 개념적 이해 측면에서 아직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는 21세기로 변했지만 우리의 인종·민족 개념 이해는 아직도 19세기 수준이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을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한국인’으로 인정하고 포용할 정책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그들이 집단적 따돌림과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에서도 인종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

다인종·다민족 사회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정하고 설계할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과제다. 다문화 시대에 다문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는 현 정부 정책은 ‘다문화 정책’이 아닌 ‘동화 정책’이다.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 신부들을 한국인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의 정부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미국에서도 인디언·멕시칸·흑인, 그리고 아시안 등을 대상으로 동화 정책을 실시했다가 실패했다.

다인종·다민족 사회의 표본인 미국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하고 풍부한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제도적 장치다. 역사를 망각하면 비극이 되풀이된다. LA 폭동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차세대를 위한 교육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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