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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시각] 한흑보단 흑백갈등…실상·교훈 후세에 알려줘야

'불편한 역사' 교과과정에도 포함안돼
우리마저 외면하면 잊혀진 폭동 우려

흔히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딱히 승자가 없는 역사도 있다. 내일(29일)로 20주년을 맞는 4.29 또한 그러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역사는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 가해자 피해자는 물론 방관자에게도 '불편한 역사'인 탓이다.

LA통합교육구 학생들은 학교에서 LA 폭동을 배우지 않는다. 가주 교육부도 교과 과정에 LA 폭동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20년 전 폭동의 최대 피해자인 한인들마저 망각의 길을 걷는다면 4.29는 머지 않아 '잊혀진 폭동'이 되고 말 것이다.



실체가 불분명하면 기억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한인사회가 4.29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4.29 20주년을 맞아 한인사회에선 당시 역사를 재조명하고 올바르게 규정하자는 시도와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흑갈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4.29 2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한인과 흑인의 갈등'을 폭동의 주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당시 한흑갈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시선은 오랜 기간 미국사회에 내재된 흑백갈등과 그에 따른 흑인사회의 불만이 폭동의 근본원인이며 주류언론의 왜곡된 보도가 한흑갈등을 부추겼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폭동 당시 타인종 매체 기자로서 현장을 누빈 원로 언론인 이경원씨는 "흑인 로드니 킹을 무차별 구타한 백인 경관들에 대한 무죄평결로 인해 폭발한 흑인들의 분노야 말로 4.29의 근본 원인임을 한인들이 확실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씨를 비롯한 많은 한인들은 흑인 소녀와 말다툼 끝에 얻어맞고 총을 쏴 소녀를 숨지게 한 한인 두순자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것이 폭동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던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사안을 다루는 주류 언론매체들의 방식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유사한 사건에선 굳이 인종을 밝히지 않으면서 유독 두씨 관련 보도에선 '코리안'이란 표현을 빼놓지 않은 언론매체들이 한흑갈등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주류 언론매체들은 4.29의 근본 원인을 오랜 흑백갈등의 역사에서 찾는데 인색하다. 이같은 보도 행태는 폭동의 최대 피해자인 한인사회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중간지대에 밀어넣는다. 또한 한인들이 4.29를 기억하고 커뮤니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LA폭동을 소수계간의 갈등으로 좁혀 보는 프레임(frame)에서 벗어나 진정한 배경과 의미를 되새기자는 한인들의 노력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줄기차게 이어질 전망이다.

의미와 교훈을 후세에 물려주자

LA폭동 직후 한인들은 흑인 커뮤니티와 함께 잿더미가 된 한인타운에서 평화대행진을 벌이며 용서와 화해를 다짐했다. 4.29 이전부터 존재해온 한흑갈등의 상당 부분은 한인들의 책임이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한인은 흑인을 "무식하고 게으르다"며 무시하고 흑인은 한인을 "우리 동네에서 돈을 벌면서 우리를 무시한다"며 질시했던 과거를 떨쳐 버리고 화합을 통해 상흔을 치료하자는 뜻이었다.

4.29 관련 보도를 보고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했다는 강석희 어바인 시장은 "평화대행진은 한인사회의 성숙한 면을 보여준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공권력이 폭동 직후 한인타운 치안유지를 포기해 한인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했던 점 일방적으로 당하다 참다 못해 총을 들고 자구에 나선 한인들의 모습이 언론매체를 통해 '과격한 한인' 이미지로 비쳐진 점은 우리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며 아쉬워 했다.

강 시장은 "지금에 와서 책임론을 제기할 수야 없지만 4.29의 실상과 의미 교훈을 후세에게 정확히 물려주려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LA폭동 다큐멘터리 '컬러의 충돌'(Clash of Colors)을 제작한 데이비드 김 변호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부터 역사의식을 가져야 미국사회도 변한다."

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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