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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재외선거, 새누리당의 입장은 뭔가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새누리당이 최근 2주 연속 재외선거 우편등록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입장을 알고 싶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압박했다. 19대 개원을 앞두고 재외선거(12월 대선)의 주도권을 쥐려는 심산인 듯하다. 아직까지 답은 없지만 민주당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여야 정치권이 '이 선'에서 합의하면 사실 더 큰 문제다. 지금 새누리당이 거론하는 것은 '핵심(우편투표)'이 아닌 '변죽(우편등록)'이다.

현 재외선거는 유권자 등록과 투표라는 두 가지 절차를 거쳐야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 제도에서는 먼거리 유권자가 몇 시간씩 차를 타고 투표소로 와야 한다. 그것도 두 차례나.

우편등록 허용은 그 중에 하나를 쉽게 해서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소폭 상승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이거 탁상공론에 가깝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재외국민 투표율은 2.5%에 불과했다. 우편등록을 허용해 투표율이 5%로 올랐다고 치자. 정치권은 2배가 올랐다고 기뻐할 것인가. 그것도 '대선 관심도'에 따른 상승을 빼면 우편등록과 실제 투표율의 상관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사실 먼거리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다. 등록을 편리하게 했다고 치더라도 어차피 내 한 표를 행사하려면 '너무 먼 거리'에 있는 공관까지 수십 마일을 몇 시간씩 달려가야 한다. 유권자 등록이 없는 한국에서도 날씨가 궂으면 투표율이 떨어진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재외유권자에게만 불편을 감수하고 애국심을 보이라고 할 것인가.

또 우편등록은 자칫 유권자를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 재외선거에서 홍보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난 가운데 우편으로 등록한 유권자는 당연히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짙다. 그러나 기다려도 투표용지는 안 오고 공관에 전화하면 "투표는 직접 오셔야 합니다"라는 일방적인 답변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쉽게 그려진다. "왜 우편으로 투표는 못하는 거야?"

이 대목에서 불거지는 것이 '직접.비밀선거' 문제다. 새누리당은 우편등록 촉구서한에서 "투표의 경우 직접 비밀투표를 해야 하는 만큼 재외국민 유권자가 직접 공관의 투표소를 찾아 투표할 수 밖에 없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우편투표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기 때문에 직접선거를 위반하고 또 유권자의 투표내용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에 비밀선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직접선거의 뜻은 '선거인이 중간선거인를 선정하지 않고 직접 대표자를 선출하는 원칙'이다. 쉽게 말해 전교어린이회장을 모든 학생(유권자)들이 뽑으면 직접선거고 학생들이 뽑은 반장.부반장(중개인)이 모여 회장을 뽑으면 간접선거다. 학생들이 회장을 뽑을 때 그 방법(투표소 참가 또는 우편투표)으로 직.간접선거를 나눌 수 없다는 말이다.

비밀선거는 선거인이 결정한 투표내용이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투표권 행사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재외선거인 중에 누가 투표용지 내용을 남한테 보여주면서까지 유난을 떨 것인가. 안 그래도 '나 누구 찍었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시대다. 민주주의 산 역사인 미국과 영국 등은 왜 직접.비밀선거 원칙을 '위반'하며 재외국민에게 우편투표를 허용하는가.

새누리당 논평에서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긴 하다. 재외국민이 선거에 '편하고 쉽게 참여' 할 수 있는 제도를 정치권이 만들지 못해 부끄럽다고 고백한 점이다.

되묻고 싶다. 직접.비밀선거의 참뜻이 이러하고 재외국민은 편하고 쉽게 참여하고 싶은데 '새누리당의 입장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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