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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선거판의 '흠집내기' 경쟁

김완선/논설실장

1년 전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선거 캠페인 본부가 그의 재임기간 중 최대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빈 라덴 사살을 홍보전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빈 라덴 사살작전에 성공한 오바마 행정부를 찬양하는 선거광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영예로운 길을 택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치하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한 연설에서 "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지만 GM은 살았다"며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경제를 살린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선거광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상대후보 미트 롬니에 대한 인식공격으로 이어진다. 특히 롬니가 수년전 인터뷰에서 "한 사람을 잡으려고 수억 달러를 쓰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한 발언을 상기시킨다. 특히 롬니가 대통령이었다면 많은 위험요소와 불리한 상황을 무릅쓰고 빈 라덴 살해명령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국제적인 외교경험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롬니의 성격을 비난한 것이다.

현역 대통령이라는 프리미엄을 이용한 오바마의 '빈 라덴을 앞세운' 공격은 지난 2008년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진영의 선거 캠페인과 유사하다. 일명 '새벽 3시 백악관 비상전화'로 알려진 캠페인 광고는 아이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을 때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리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한밤중에 위급한 전화가 올 때 과연 누가 전화를 받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힐러리의 국가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험이 일천한 오바마에게 군통수권을 맡길 수 없다는 메시지다.



이번 선거 캠페인에 대해 롬니 진영은 "빈 라덴 사살이 업적이기는 하지만 선거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고실업률과 경제정책 실패를 은폐하려는 교묘한 술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당연히 롬니도 같은 명령을 했을 것이라고 맞선다.

시대에 따라 선거판의 주역은 바뀌지만 상대후보를 흠집내는데 집중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여전하다. 2004년 조지 W. 부시와 존 케리의 대결에서 케리는 "부시는 내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심성이 나쁘고 거짓말을 잘 하는 인물"이라는 말로 최악의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는 선거비방전을 '부정적 효과(Negative Effect)' 이론으로 설명한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논리다. 인물이나 현상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 부정적 요소가 혼재할 때 부정적인 평가가 더 강력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연구한 정치 평론가 커윈 C. 스윈트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긍정적인 메시지보다 듣는 사람들에게 더욱 정확하고 뚜렷하게 각인된다고 설명한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뛰어난 경력과 호감 이미지를 쌓아 왔어도 경쟁후보가 폭로하는 한 건의 비방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후보가 자신의 장점을 유권자들에게 부각시켜 표를 얻는 것보다 상대후보의 약점을 드러내거나 조작해 표를 깎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바로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의 유혹을 떨치는 못하는 이유다.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항상 그렇지만 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그 선택의 기준은 선거판 후보들의 화려한 수사와 무차별 비방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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