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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주의산만한 아이들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주디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자주 웃는 12세 소녀이다. 한 달 후면 13세가 되니 한참 전두엽의 사고기능이 성숙하는 때이다. 그런데 내가 1년 반 전에 보았을 때의 자랑스럽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주디 엄마의 불평은 다시 치료 전과 같아졌다.

"글쎄 주디가 학교에 가서 엄마가 자신의 목을 조르며 화를 내었다고 불평을 했답니다. 학교의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국에서 집으로 조사를 나왔지 뭐예요. 맨처음 닥터 정을 찾아왔을 때처럼 다시 거짓말을 하고 성적은 온통 F랍니다."

내가 초진했던 2010년 7월 주디는 아무 과목에도 집중을 못하는 거짓말쟁이 11세 소녀였다. 충동성이 강하고 감정이 예민하며 손과 발을 늘 꼼지락거려서 선생님들의 주의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머리가 좋아 학교 성적은 좋았다.

그런데 11살이 되면서 공연히 엄마나 동생들에게 자주 화를 내고 모든 일에 싫증을 내며 낙제 직전까지 되었단다.



"여자 아이들은 주의산만증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부산하거나 요란스럽지 않아서 진단이 늦어집니다. 더구나 지능이 우수한 아이들은 성적도 괜찮게 유지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사춘기가 다가오는 5~6학년 때부터 호르몬 변화에 의한 감정의 노도 때문에 더 이상 주의집중이나 정상적 성적을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그 당시의 진료일지를 찾아보니 주디에게는 7월에 아주 소량의 콘서타(concerta) 18mg을 아침 식사 후에 한 알씩 복용시켜 집중력을 올려주었고 8월에는 27mg 그 후에 36mg까지 서서히 올려서 충분히 주의집중력을 향상시켰었다. 아침 7시에 조반을 먹은 후 복용하면 10~12시간 동안 체내에 머물며 집중을 도와주니 숙제할 때까지 도움이 되었다.

그 해 11월의 기록을 보니 주디는 학교 성적만 향상된 것이 아니었다. 거짓말하는 버릇이 없어지고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는 엄마의 즐거운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1년 반 동안 엄마는 안심을 하였는지 한 번도 주디를 내게 데려오지 않았었다. 그냥 콘서타 36mg 만을 계속해 주었다는데 아이의 몸무게 변화나 심리적인 갈등의 해결 등에는 무관심해버린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이와 비슷한 실수를 한다. 어떤 정신과 약물도 인간을 완전히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 타고난 두뇌의 신경전파물질의 균형을 맞추어 주고(신체적 치료) 가정과 학교의 따뜻한 협조(환경적 치료) 그리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낄 수 있는 자존감을 갖게 하는 상담 심리적 치료 등의 복합적 노력을 동시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도 말이다.

더 슬픈 것은 이렇게 치료가 중단되면 본인이나 가족의 실망 때문에 과거보다 더욱 심한 분노나 슬픔까지 겹쳐 문제가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 많은 부모님들은 그 때 썼던 약 때문에 자녀들이 마약을 쓰거나 감옥에 가게 되었다고 약을 비난하거나 약을 추천했던 의사들을 원망하게 된다.

모든 정신과 치료의 중심에는 환자 자신이 있다. 스스로 희망을 갖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이 세상이 즐겁고 살만한 장소라는 것을 깨달아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 이외에도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의 끝없는 인내와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발견해 칭찬해 줄 수 있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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