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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LA폭동을 보는 주류언론의 편견

김동필 / S&P 팀장

정책 잘못 따른 본질 외면
한.흑 갈등만 또 들춰내
한인사회 고통도 모른척

기억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좋았던 일도 불행한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농도가 옅어진다. 대부분은 '그때 그런 일도 있었지'라는 정도로 남는다. 그러나 결코 '망각의 강'을 건너게 해서는 안 될 것들도 있다. 20년 전 벌어진 LA폭동도 그중 하나다.

지난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폭동은 집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흘간 2380여명(사망 50여명)의 인명피해와 1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기록했다.



한인업소 2300여 곳이 피해을 입었고 피해액은 3억~4억달러에 이른다. 전체 재산피해의 30~40%나 된다. 한인사회가 폭동의 최대 피해자인 셈이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이들이 방화와 약탈로 하루 아침에 생활 터전을 잃었고 소중히 가꿔온 꿈도 함께 무너졌다는 것이다. LA폭동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올해도 4월 29일은 어김없이 왔다 갔다. 20주년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예년보다 많은 행사가 열렸고 다양한 분석도 쏟아졌다. 그러나 새롭거나 특별한 것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것들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LA폭동을 바라보는 주류 언론의 시각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사태 확산 원인이 LAPD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는 것은 지적했지만 이로 인해 한인사회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다. 한인 사회의 피해 원인을 한.흑갈등에서 찾는 것도 여전했다. 그러다 보니 두순자씨 사건과 한인 리커스토어 문제를 또 들춰냈다. (두순자씨 사건은 폭동 1년 전인 91년 발생했다. 두씨는 자신의 업소에서 오렌지주스를 훔친 10대 흑인 소녀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두씨가 총격 전 자신보다 덩치가 큰 이 소녀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했다는 것과 잦은 강도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 이런 정황이 참작돼 법원도 중형을 내리지 않았다는 등의 설명은 없었다. 따라서 두씨는 1달러짜리 주스 때문에 총질을 한 '냉혈한 업주'로 여겨질 뿐이다.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리커스토어에 대한 시각도 비슷했다. 대부분은 흑인 거주 지역의 범죄율이 높은 것을 리커스토어 탓으로 돌렸다. 리커스토어 주변에 우범자들이 모여들고 이로 인해 강.절도와 마약 매춘 등의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폭동 이후 리커스토어가 감소한 지역의 치안은 많이 개선됐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이는 본질은 외면한 채 현상만 바라본 것이다. 범죄율이 높은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대표적인 흑인 거주지역인 사우스LA의 경우 각급 학교의 평가 점수가 바닥권을 헤매고 실업률이 LA지역 평균의 두 배 가까운 2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열악한 교육환경과 높은 실업률은 가난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한인 리커스토어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부재가 근본 원인인 것이다.

폭동을 기점으로 한인사회도 많이 변했다. 정치력 신장과 타 커뮤니티와의 교류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투명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필요성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별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일부 진행중인 사업들도 대부분 각개전투 형태다.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구심점의 부재가 원인이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30주년이나 40주년을 맞아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LA폭동이 기억 속의 일로만 남게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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