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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 TJ고, 입학보다 졸업

TJ(토마스제퍼슨 과학기술고)에 입학한 후, 공부하기가 힘들어서 좌절하고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는 기사가 있었다. 미국에서 제일 우수한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 고등학교로 인정받는 TJ를 입학해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잠시이고, 해야 할 공부의 많은 양과 어려운 내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알기로도 일부 학생들은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해서 학교를 스스로 떠나는 경우가 있으며, 다닌다 해도 학교 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공부의 압박감에 짓눌려서 즐거운 학창 시절을 못누리기도 한다.

TJ는 수학과 과학 분야에 재능과 적성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교육하고자 설립됬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저 우수 학교 또는 명문학교로만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학교 이름도 과학고이지만, 학교의 명성만을 중시하면서 자녀의 적성을 잘 모른채 가도록 했다가 한숨을 쉬는 경우도 있다. 어느 누구도 자녀가 명문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할 리 없으며, 또 그 학교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고생하는 것을 달갑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안쓰럽게 여기며 서로 응원하여 힘든 상황을 이겨내도록 격려할 일이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책망하고 괴로워할 일만은 아니다.

TJ를 졸업한 나의 아들도 9학년과 10학년을 아주 저조한 성적으로 다녀서 학교로부터 경고를 받았으며, 잠시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었다. 10학년이 될 무렵, 좋지 않은 성적을 계속 기록하기보다는 전학을 가는 것이 차라리 좋겠다는 말을 하던 아들의 얼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교육의 목표가 좋은 성적 그 자체만은 분명 아니기에, 나는 계속 학교를 다니도록 말하고, 좀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공부 방법 및 질을 변화시키도록 주문했다.

아들은 조금씩 변했다. 다른 친구들 따라서 어려운 과목을 수강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공부의 압박감을 줄였다. 나는 아들이 뛰어난 성적으로 고교 과정을 마치지는 않았지만, 힘든 학교 생활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서 마무리한 것을 진정한 배움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후로 나는 사람들에게 입학보다는 졸업을 염두에 두라고 말하게 되었다.



우리는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평판을 가진 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란다. 세상이 알아주는 학교를 입학하면 자녀의 미래가 더 좋아질 것이며, 가르친 보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입학이 아니라 졸업을 염두에 두고 진학을 결정하면 좋겠다. 입학만 하면 어떻게든 공부하여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그 학교가 어느 정도로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게 하는지, 자녀의 적성과 재능은 어디에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한 조사에서 명문대에 진학한 한인 학생들의 45%가 졸업을 못하고 중퇴한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도 모두 졸업보다는 입학만을 생각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적성을 알고, 진학 후에는 충분하게 학교 공부를 소화하고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부모의 지도가 있어야 한다. 우수한 GPA와 SAT 점수, 뛰어난 특별활동과 감동적인 에세이만이 실력은 아니다. 주어진 과제를 정해진 시간 안에 스스로 해내는 추진력, 힘든 상황을 견디는 인내심,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라도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내 자녀의 지금 모습으로 미래의 모습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진학하여 견딜 정도의 스트레스 속에 공부하면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이끌면 좋겠다. 또 그런 능력을 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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