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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일하는 '여성' vs 양육하는 '모성'

김완신/논설실장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캠페인이 가열되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여성'과 '모성'의 한판 승부가 있었다.

싸움은 민주당 소속 캠페인 전략가인 힐러리 로젠의 CNN인터뷰에서 비롯됐다.

로젠은 전업주부인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부인을 겨냥해 "앤 롬니는 평생동안 직업을 가져보지 못했다"며 "일을 안해 많은 여성들이 당면한 경제문제의 어려움을 모른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앤은 "남자 아이 5명을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는 어머니라는 직업을 택했고 금전적으로는 고통이 없었지만 다른 여자들처럼 어려운 생활을 겪었다"고 반박했다.



앤의 반격에 로젠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민주당조차도 로젠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셸 오바마는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어머니들은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며 은연중 앤의 편을 들었다. 여성표를 의식한 오바마 선거 캠프도 로젠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로젠은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 받았을 모든 사람에게 사과했지만 결국 로젠의 패배였고 '모성'의 승리였다.

로젠과 앤의 싸움은 '직업'과 '양육' 중 어느 것이 여자에게 더 가치가 있는가의 논쟁이었다. 현대 여성들에게 직업과 양육은 명확히 분리되는 것이 아니어서 경중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하다. 그러나 대선 레이스에서 느닷없이 불거진 이번 논쟁은 '모성'은 어떠한 상황 어떠한 시대에도 보호받아야 할 성역임을 확인시켰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훼손될 수 없는 지고의 가치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미국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면 '두 자녀의 엄마 교통사고로 사망' '어린 자녀들 남기고 불치병으로 숨진 엄마' 등 유난히 모성을 강조한 제목들이 많다. 반면 아버지를 부각시킨 헤드라인은 드물다. 오래전 한 언론인이 신문 제목을 분석한 통계에서도 모성을 강조하는 제목이 많았다. 부성과 모성을 두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모성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은 평생동안 여러 감정들을 지니고 살아간다. 연인에 대한 사랑 성공을 향한 욕망 부를 좇는 물욕 등 많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일생을 마칠 때까지 강인하고 헌신적인 생명력을 갖는 것은 없다. 모두가 한 시절을 폭풍처럼 휘감았던 일시적 감정일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약해진다.

어머니에게 자식은 하늘을 나는 연과 같은 존재다. 연은 바람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연을 지탱해 주는 연줄이 있어 푸른 하늘로 차고 오른다. 연줄이 달리지 않은 연은 홀로 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평생 놓지 못하는 연줄을 하나씩 들고 있다. 죽어서야 어머니의 손을 떠나는 연줄 그것이 모성이다.

영국에는 마더스데이의 유래가 됐던 '마더링 선데이(Mothering Sunday)'가 있다. 마더링은 '어머니(Mother)'에 'ing'를 붙인 말로 '귀향'을 뜻한다. 일자리를 찾아 객지로 떠난 자식들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삶에 지친 자식들에게 영원한 위안을 주는 곳이 바로 모성의 품이다.

시인 김종해는 '사모곡'에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이렇게 적고 있다. '이제 나의 별로 돌아가야 할 시각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지상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어느새 마더스데이가 이번 주말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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