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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화려한 싱글보다 초라한 더블이 낫다

이종호/논설위원

"손자 손녀 얼굴 본지가
벌써 3년이나 됐네
전화라도 좀 자주 하지"


혼자 사는 친구가 있다. 흔히 말하는 '돌싱'이다. 가끔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 말고는 대체로 편안하다. 남 눈치 볼 것 없고 이것저것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좋단다. 아프거나 좀 더 나이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 그래도 아직은 젊고 하는 일이 있으니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아는 할머니 한 분도 혼자 산다. 아들 딸이 있지만 혼자 따로 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입맛대로 끓여 먹고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어울리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손주들을 좀 더 자주 봤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나마 가끔이라도 데려다 보여주는 자식들이 고맙기만 하다.

한국의 조카도 혼자 산다. 30대 중반을 넘겼지만 결혼할 생각을 않는다. 직장 일도 바쁘고 딱히 맘에 드는 남자도 없는데 골치 아픈 결혼은 왜 하느냐는 주의다. 친구들 중에도 그렇게 혼자 사는 '싱글'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혼자 사는 것이 대세라더니 주변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의 1인 가구는 414만가구 전체 가구의 23.9%나 된단다. 미국은 더하다. 12년 전인 2000년에 이미 전체 가구의 26%가 1인 가구로 조사됐다. 인구 수로는 미국 인구의 10% 가까운 2720만명이다. 물론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년쯤 뒤엔 열 집에 서너 집 아니 너댓 집은 혼자 사는 집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뭔가가 답답하다.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혼자 사는 것이 인간의 원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인류학적으로도 인간은 무리지어 함께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공동체를 이루고 산 것도 혼자 사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1인 가구가 이렇게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사실 요즘은 옛날과는 달리 혼자 사는 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되긴 했다. 독신들을 위한 온갖 상품과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그래서 혼자 사는 것이 낭만적이고 즐거워 보인다는 사람까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젊고 능력 있을 때 돈 있고 기력 있을 때 얘기다. 자식 눈치 때문에 이혼이나 배우자와의 사별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쉽게 내뱉을 얘기는 아닌 것이다.

"혼자는 외로워. 먹고살기 힘들어서 아등바등하는 딸이야 그렇다고 쳐도 미국에 사는 아들 녀석이 전화라도 좀 해줬으면 싶지. 손자 손녀 볼도 비벼보고 싶고…. 벌써 3년이 됐네. 얼굴 본 지가. 내가 절대 먼저 전화하지는 않을 거야. 휴~ 집사람이 먼저 떠나지만 않았어도…." 어느 한국 신문에 실린 독거노인의 독백이다. 이런 말을 듣고도 혼자 사는 것을 어찌 낭만적이라 할 것인가.

인생이란 결국 혼자 가는 길이긴 하다. 하지만 그 길에도 누군가는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한다. 힘들 때 응원해 주고 넘어지면 부축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가족이다.

가족이 없다면 친구나 선후배 위로와 격려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라도 있어야 한다. 몸은 혼자여도 마음의 빗장만은 닫아 걸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1인 가구 시대에 필연적으로 따라 올 고독병을 이겨낼 비결이다.

5월 가정의 달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쯤 그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자. 아니 그전에 먼저 함께는 살고 있지만 혼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부터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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