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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전 장관 인터뷰]“21세기 변화의 원동력은 인간”

LA를 방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초대장관은 “21세기에는 분야와 국가를 초월해 모든 곳에서 동시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제까지의 유럽중심의 세계관이 인간중심으로 바뀌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같은 21세기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가는 것은 군사·경제력이 아닌 문화적 통합력”이라고 강조했다.

문학이 본령이지만 21세기 패러다임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그는 미래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측은 과학자나 경제학자 등과 같은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상상력과 통합력을 지닌 사람만이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또한 이민사회와 관련해 “21세기에는 국경이나 물리적인 공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한국 이민자들은 한국적인 문화배경에 거주 국가의 문화를 접목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1세기 패러다임의 전개 방향은.


“20세기는 각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변화를 겪어왔으며 나라별, 민족별로도 변화를 거쳐왔다. 그러나 21세기는 개인이나 국가, 민족의 변화가 아닌 전체 인간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고 변화의 형태도 다원주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 변화의 주체도 이제까지 세계 시스팀을 만들어온 유럽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으로 옮겨져 오고 있다.

21세기 문명은 기술 발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는 문화적, 도덕적, 심리적인 바탕에서 발달의 개념을 논해야 하고 각 분야에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지엽적으로 논의돼 온 문명의 패러다임도 통합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문명의 방향에 대한 예측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문학적인 상상력을 갖춘 문학인들이 가능하다.

21세기에 있어서 정보기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보가 샌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정보를 물과 액체로 생각하는 것이고 ‘정보를 캔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보를 석탄 정도로 생각하는 산업시대적인 발상이다.

정보기술은 액체도 고체도 아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공기’다. 공기처럼 정보를 함께 나누고 인터넷 문화와 컴퓨터 네트워크가 영리적인 기업가가 아닌 무상의 봉사자에 의해 유지되는 자연발생적인 생명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21세기적인 시각이 될 것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첨단 문명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현대사회는 인터넷이라는 첨단 기능이 추가했을 뿐 이를 통해 경제적 욕망이나 물질적인 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지난 세기에 비해 진보된 것은 없다.

인터넷 등 첨단 문명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첨단 기능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적용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에 있다. 문화적 배경없이 발달하는 인터넷 문명은 한계가 있고 새로운 세기의 패러다임이 될 수는 없다.

한 예로 미국의 신경제는 인터넷이라는 첨단의 기능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형태에서 있어서는 구경제와 다를 바가 없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지향하고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것은 이전의 굴뚝 경제와 다를 바가 없다. 문화적인 콘텐츠가 없이 첨단기능만이 추가될 경우 한계가 있고 이를 쉽게 표현하면 거품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프랑스 경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루이비통 등과 같은 유명상품들은 소비층을 확대해 나가면서 세계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첨단 생산개념과 프랑스가 지녀온 문화적 콘텐츠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품도 이제는 문화적인 만족도와 공감에 호소할 때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기는 부문별 경계개념이 사라진다는 의미도 되는가.

“미국의 한 교수는 ‘날이 갈수록 MIT는 디즈닐랜드가 돼가고 있고 디즈닐랜드는 MIT가 돼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는 문화와 경제, 교육과 오락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올랜도 디즈니 월드에 세계적인 규모의 과학관이 들어서고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국제적인 학술 컨벤션이 열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각 분야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해 볼 수는 없다. 변화는 특정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는 국가의 우열을 정하는 기준도 변화하는가.
“지난 세기에 강대국을 평가하는 기준은 군사력과 경제력이었다. 미국이 세계 중심에 있었던 것도 막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는 물질로 계산되는 경제력이나 군사력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진정한 의미의 경제력은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고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가에 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필요(Need) 때문에 음식을 먹는 시대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Want)는 음식을 찾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경제도 이를 충족시킬 때 발전할 수 있다.

-새로운 세기의 남북통일 방안은.
“군사력의 우위나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북을 통일하려는 시도는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이다. 그동안 군사력을 증강하고 경제적인 부흥을 이룩했지만 통일이 되지는 않았다.

21세기 통일은 문화적 통합력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 남북이 문화적인 요소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남북 모두가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을 갖고 애정을 나눌 때 통일은 가능한 것이다.

현재 북한은 대륙의 북쪽에 위치에 대륙문화에 가깝고 남한은 바닷가로 이어지는 해양문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이질적인 문화를 통합해 독창적인 반도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남북통일을 위한 길이 될 것이다.

남북간의 정치적, 경제적 차이는 통일이 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오랜 분단기간동안 형성된 문화적 차이는 쉽게 극복될 수가 없다. 통일후의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문화적 통합력에 의한 통일이 바람직하다.

-학계에서 일본연구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볼 때 일본교과서 문제에 대한 견해는.

“일본은 최근 경제가 나빠지면서 다시금 그들의 정체성과 혼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정체성을 찾는 방법의 하나로 시도되는 것이 교과서 문제이다. 정체성과 혼을 찾겠다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지만 그 방법은 잘못된 것이고 역사를 뒤로 가는 것이다. 일본은 군국주의의 기치를 내세웠을 때에는 발전하지 못했지만 패전 후 주변국가를 지배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면서 발전을 이룩했다.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세기에 이민자들의 역할은.
“20세기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이민’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21세기에는 더 이상 이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버 세계에서 국경과 물리적인 공간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인터넷 등으로 지구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어디 사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이민자들은 모국을 떠나 있어도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이민자들은 한국문화와 거주지의 문화를 경험한 집단이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한국문화와 다른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세기에 맞는 문화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민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문학연구로 돌아가겠다. 문학가적인 상상력으로 문명의 변화에 대해 여러 발표를 해 왔지만 출발점인 문학으로 되돌아가 한국문화를 정리하고 문학이론을 연구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대담=김완신 문화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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