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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심 저버린 일본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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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2/05/11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5/10 18:19

구혜영/특집팀 기자

지난 6일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 4명이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청사를 방문 공립도서관 앞에 건립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의 철거를 요구했다. 자민당 내 '북한의 일본인납치문제위원회'에 소속된 이들은 "위안부는 일본 정부나 군이 운영한 게 아니라 민간이 고용한 직업여성"이라며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측은 기림비 철거의 대가로 벚나무 지원과 도서관 장서 기증 미.일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 신설 사업 투자 등을 제시했다. 이에 제임스 로툰도 시장은 "기림비는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미국시민의 세금으로 세운 것"이라며 철거 및 수정 계획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올해로 20년째 피해 할머니들은 총 1021번째 수요집회를 맞았다. '죄송하다'는 그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일본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다. 이 집회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진행되고 있는 시위로 기록될 동안 나눔의 집에서 함께 모여 살던 피해 할머니 234명 중 170분이 세상을 떠났다.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은 시간이 없는데 덮으려는 사람들은 버티기 작전에 이미 돌입했다. 팰리세이즈파크시를 찾은 의원들은 "오늘은 시작일 뿐"이란 선전포고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납치된 이들을 돕는다는 사람들이 이유없이 납치돼 강간과 협박 속에 유린당한 삶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일본군 위안부는 인류 최대의 성범죄다. 인간이 생각하는 가장 보편적 가치는 전쟁.강간.학대.살인으로 이어지는 잔혹함에 묵살당했다.

이름이 없고 가족이 없고 삶이 없었다. 철천지한(徹天之恨). 그럼에도 한국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을 감았고 일본은 이미 저지른 악행이 후세에 전해지는 게 두려워 덮으려 했다. 성폭행 피해자가 평생 숨어서 부끄러운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 시간은 망각을 짓고 무지를 낳았다. 하지만 양심까진 짓밟지 못했다.

2010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는 그 양심 위에 세워졌다. 한인유권자센터(KAVC)와 팰리세이즈파크 지역 주민 연방하원을 통과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과 홀로코스트 피해자 할머니들이 진실과 마주한 결과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진실과 양심에 귀기울이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엔 피해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를 기록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9년 만에 개관했고 이에 앞선 지난해 12월엔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13세 위안부 소녀' 평화비가 세워졌다. 깨어있는 일본 시민들도 적극 참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행사를 열고 역사 자료와 응원 메시지를 모으고 있다.

양심의 조건은 수용이다. 피해 할머니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후세 다츠지는 양심을 '진정한 자신의 소리'라고 정의했다. 2004년 국민훈장 애족장을 받은 그는 조선 독립운동을 돕고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실행에 옮긴 일본인 변호사다. 국가와 정치 성공을 버리고 양심을 따랐다. 그에게 양심은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양심은 돈 몇 푼에 넘어가지 않는다. 외면하고 싶어도 계속 심장을 때린다. 덮는다고 덮어지는 것이 양심이라면 인간은 악(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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