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그때 서 있던 강물이 <애랑강 연가 20> -이승욱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그때 가만히 당신을 붙들고
함께 서 있던 강물이,
당신 눈빛처럼
웃음처럼
찰랑이던 강물이.
당신이 그 강가에 벗어놓던
검은 옷의 주름 같이
한없이 접히고 펴지며
깊어가는 강물
잘가요 당신보다 오래
이별을 인내하는 강물
사랑을 아는 강물이
더 쓸쓸한 때
오늘 강물이 앉아 있단다. 그때 가만히 시인을 붙들고 시인과 함께 서 있던 강물이. 그대 눈빛처럼 웃음처럼 찰랑이던 강물이.
그대가 그 강가에 벗어놓던 검은 옷의 주름 같이 한없이 접히고 깊어가는 강물, 그대보다 오래 이별을 인내하는 강물에게, ‘잘 가요, 잘 가요’라 인사하는 사람. 나에게 가장 사랑을 할 것 같은 강물이 내 앞에서 오늘은 더 쓸쓸한 지금. 이제는 더 서 있지 않고 오늘은 간다는, 이 강물이, 더 쓸쓸한 강물이... 사람보다, 아니 나보다 더 인내하는 강물이 흘러만 가는 데... 그때 서 있던 강물이. 강물도 우리 모르게 때때로는 서서 쉬거나 앉아있나 보다.
강물, 좀 더 자세히 보아야겠다. 위만 흐르고 속은 깊이 갈앉아 있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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