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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시사 주간지의 막장 전략

이종호/논설위원

'이제 더 이상 종이책은 사지 말아야 할까 보다.' 올 초 아이패드를 장만하고 나서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이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전자책 읽기가 편하고 좋은 점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전자책이 늘고는 있다지만 아직도 한글 책은 많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은 더더욱 적어서였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정말로 종이책을 포기할 날이 의외로 일찍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예감은 들었다.

또 하나. 종이책은 그렇다 쳐도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만 있으면 이제 종이잡지는 굳이 사 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잡지들이 꽤 많기도 했거니와 디지털이 주는 휴대성 접속의 편리성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 미디어랩 교수도 그래서 2년전 일찌감치 종이책의 종언(終焉)을 예측했는지 모른다.



하긴 책뿐이랴. 신문.잡지 등 종이매체의 생존위기는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인터넷을 넘어 스마트폰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거대한 모바일 쓰나미 앞에 속수무책 흔들리고 있다. 종이의 촉감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호흡이 긴 글 깊이가 있는 글을 여유롭게 음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존재한다는 것이 그나마 희망이지만 그들을 붙잡아 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더 우울하다.

생존전략이라고 내놓는 것이 있지만 그것 역시 신통치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지난 주 타임지는 다 큰 꼬마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는 젊은 여인의 사진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타임지는 한동안 모든 언론과 페이스북 트위터를 포함한 많은 SNS 플랫폼을 석권했다. 이는 해묵은 모유수유 논쟁을 넘어 '도발과 충격'이라는 또 다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는데 문제가 있다.

연이어 나온 뉴스위크는 한술 더 떴다. 오바마 대통령 얼굴 위에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깔의 고리를 띄우고 '첫 게이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언뜻 보면 마치 오바마가 동성애자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기사는 오바마가 왜 동성결혼 지지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에 대한 분석을 전했을 뿐이다. 통속잡지도 아닌 전통 시사 주간지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선정주의는 언론매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사람으로 치면 '막말'이고 드라마로 치면 '막장'이다. 끝없이 더 더 센 자극을 요구하다 끝내는 자멸하고 마는 것이 선정주의의 속성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잡지 판매를 상당 부분 늘렸다는 조사 결과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충수인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침몰을 막아보려는 종이잡지의 마지막 몸부림인 것만 같아 안쓰럽다.

비즈니스와 국제정치 디자인을 다루는 '모노클(Monocle)'이란 잡지가 있다. 2007년 영국에서 이 잡지를 창간한 타일러 브륄레 대표 겸 편집장은 "종이매체의 위기는 없으며 진짜 돈은 종이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 모노클은 누구나 공짜로 기사를 읽을 수 있는 다른 매체 웹사이트와 달리 연간 약120달러의 거금을 내고 종이잡지를 정기 구독해야 온라인 기사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대신 모노클은 종이매체 특유의 '손맛이 느껴지고 재미가 넘치며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잡지를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모노클은 매년 35%의 성장을 구가하며 창간 5년만에 전세계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의 상징이 됐다.

그렇다면 어느 쪽일까? 종이매체의 침몰을 멈추게 하는 것은 '이래도 안 볼래?' 식의 싸구려 선정주의가 아니라 뜻밖에도 '디지털 역주행'에 답이 있지 않을까. 모노클 잡지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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