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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차라리 친목단체라고 선언하라

김동필/S&P팀장

한인회 똑같은 레퍼토리
50년 역사가 부끄럽다
언제 한 번 제대로 하려나


31대 LA한인회장 선거가 또 우습게 막을 내렸다. 이번에도 '양자대결-후보 1명 자격 박탈-무투표 당선' 순서로 진행돼 지난 번 선거 과정이 재연됐다. 다만 속편답게 관람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선거관리위원장의 자격 박탈 소동이 더해졌다. 결국 한인들은 또 한 편의 코미디를 본 셈이다.

회장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3월 '식물 한인회 소생하려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30대 한인회장 선거 당시 벌어졌던 후보 자격 박탈과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한인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까닭에 31대 회장 선거는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안타깝게도 희망 사항으로 끝났지만).

그런데 칼럼이 게재된 날 한인회 사무국 관계자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칼럼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한인회에 대해 잘 아시나 보죠?'라는 말로 시작해 30대 한인회의 활동상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마 '나름대로 많은 활동을 했다'는 것을 항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의 주장을 들으며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회 구성원이라는 분의 현실감각 때문이었다. '도대체 제대로 한 일이 뭐가 있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판에도 '열심히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니 말이다.



한인회는 늘상 '한인사회 대표 단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다. 대표라는 말에는 권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비례하는 의무도 따른다. 그러나 최근 한인회가 한인사회 주요 이슈들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들러리의 모습은 있어도 대표로서의 권위나 신뢰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자기 만족이 한인회를 점점 '그들만의 단체'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제대로 된 단체라면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생산적인 비판은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판이 듣기 싫으면 대표단체라는 타이틀을 포기하고 친목단체를 표방하면 된다.

'한인회'의 위상 추락에는 잇단 선거 잡음의 영향도 크다. 이번 선거 규정을 두고도 이런저런 지적이 있었지만 회장 후보자의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31대의 출마 자격은 한인회 이사나 임원으로 2년 이상 또는 타 비영리단체에서 7년내 3년 이상 임원으로 활동한 사람만 출마가 가능했다. 여기에다 10만달러의 등록비도 내야 했다.

그러나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물론 어느 정도 검증된 인물을 회장으로 뽑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참신한 인물은 도전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후보군이 넓어야 역량있는 인물의 영입도 가능한데 이 부분은 간과된 듯 하다.

또 하나는 직선제 선거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번에도 후보자 서류 검증 과정에서부터 한바탕 진통을 겪었다. 그리고 후보들의 공약을 알리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데도 실패했다. 선관위는 오로지 공정선거만 부르짖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직선제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무투표 당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직선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다. 오히려 잡음과 시비만 벌어져 대외적으로 LA한인사회의 위상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LA한인회는 올해가 출범 50주년이라고 한다. 오랜 역사에 해외 최대 한인사회의 대표 단체라는 프리미엄까지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모습이 계속된다면 안팎으로 외면받는 단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31대 LA한인회는 좀 달라지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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