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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아이들의 화 다스리기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에밀리는 35세 된 엄마를 둔 9살짜리 여자 아이다. 유치원 가기 이전부터 항상 부산하고 화가 나면 땅바닥이나 교실 바닥에 누워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성적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쓰기나 읽기에 문제가 많았다.

지난 6개월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은 부모의 이혼 때문인 듯했다. 특히 주말에 아버지의 집에 가서 묵고 온 다음에는 화가 더욱 심하고 잠을 자지 못하였다.

정신과 의사는 이런 경우 '불'부터 꺼야 한다. 한 가지의 진단을 내리기에는 에밀리의 문제는 너무 다양하지만 우선은 심각한 정서 변화와 분노조절 슬픔으로 의욕을 상실해 버린 학교생활의 회복 등이 꺼야할 불꽃들이다.

어머니에게 나는 소녀의 가능한 진단명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①주의산만 및 운동 항진증 ② 학습 장애 ③정서 불안증④ 언어 장애.



나는 우선 에밀리를 위로해 주었다. "주의가 산만하고 어렸을 때부터 가만있지 못한 것은 네 잘못이 아니란다. 우리 두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이라는 부위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 물질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야. 그런데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이 있거나 지루해지면 도파민이 더욱 줄어들어 공부 시간이나 숙제할 때에 자꾸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집중이 안되지. 그러고 나면 너 자신이 더욱 미워지고 공연히 친구들이나 동생 그리고 부모님에게 화가 나지. 그런 걸 '악순환(Vicious Cycle)'이라고 부른단다. 그러니 화가 나면 땅바닥에서 뒹굴거나 싸움을 하는 대신에 어떤 일을 하면 마음이 가라 앉을까 열 가지만 종이에 적어 볼래?"

초진 때 처방해 준 '콘써타'로 어느 정도 주의집중이 되었고 정서안정제 복용으로 감정의 심한 변화도 많이 가라앉은 이후라 두번째 진료 시간에 에밀리는 놀랍게도 10분이 안되어 다음과 같은 행동계획을 썼다.

'그림 그리기 책읽기 노래나 이야기 쓰기 누구와 이야기 하기 음악 듣기 가족들과 산책하기 춤추기 자전거 타기 엄마를 도와서 음식 만들기 목욕하기.

동물적인 감정을 억제시킬 수 있는 이런 행동계획을 우리는 에밀리네 집안 전체에 고루 고루 붙여 놓기로 했다. 그래야 부엌이건 거실에서건 빨리 화를 조절하는 방법들을 상기할 수 있을테니까.

한 달 후 전화를 한 에밀리 엄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글쎄 아이가 이제는 친구도 사귀고 학교를 좋아하지 뭐예요! 그런데 이젠 약을 안먹으려하니 어떻게 해야 될까요?"

초기에 많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경우에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를 칭찬하며 크렛딧을 주는 대신에 약에만 초점을 두며 다그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이 약 복용을 거부할 때가 있다. 마치 약물 때문에 좋은 결과가 왔고 아이 본인의 노력은 무시당했다는 무의식적인 울분일 수가 있다.

그래서 항상 염두에 둘 것은 '심리적 신체적 환경적'인 다각도의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체적인 치료 화학물질의 균형을 도와주는 약물과 환경적 치료 아이의 주의 환경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모와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 그리하여 '나는 괜찮은 애야!'라고 느끼는 감정적 치료가 그것이다. 거기에 영적인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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