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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의 삶속의 미술이야기12]행복은 가까이에

[텍사스 중앙일보] 발행 2012/05/26 미주판 0면 기사입력 2012/05/25 17:00

‘킥 복싱 배우기’- 우리집 큰 아이의 여름방학 목표중의 하나이다. 여자아이가 왜 하필이면 킥 복싱이냐고 묻자, 평소 자신의 몸매에 불만이 많은 딸 아이는 다이어트 운동으로는 최고라며 언제쯤 상담을 가느냐고 성화이다. 마음대로 자신의 몸관리가 되질않는 그런 딸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좀더 학업에 신경쓰지 않는 딸 아이가 한심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건강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한 없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 건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딸바보 엄마이나 보다.
시험기간이 되면 “I need time to relax” 하며 책상앞에 앉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아이, 딸 아이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바로 자신을 Healing(치유)하는 시간이라며 콧노래와 함께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어쩔수 없는 나의 분신 임을 인식시켜 준다.
나에게도 그림 이상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차 한잔의 시간보다도, 줌마들이 좋아하는 쇼핑보다도, 잠깐동안의 시간이지만 캔바스와 함께 하는 기쁨은 나에게 있어서 행복 그 자체이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캔버스 너머로 밀려드는 허탈함은 무엇일까? 이는 바로 ‘욕심’ 때문임을… 그래서 언제나 나 스스로에게 겸손해 지고자 노력하지만, 나를 다스린다는게 그리 쉽지만은 아닌것을… 오늘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페인팅 이미지를 셔치하다 문득 낮익은 이름이 있어 클릭한 나는 잠시나마 또다른 허탈감에 젖어본다.
‘이 신숙’ 한때 나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셨던 분 이셨는데, 그녀의 남다른 미술에 대한 열정은 뒤늦게 미술대학에 까지 편입학하는 학구열을 보이셨다. 나의 미국생활 동안 그녀는 미술 대학원을 마치고 이제는 어엿한 한국의 여류화가 중의 한 사람이자 어느지방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연배인 그녀에게 언니라고 부르면서도 나의 그림수업에 열심인 그녀의 열정에 언제나 박수를 먼저 보냈었다.
오늘, 나는 그녀가 몹시 부러워진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녀에게 진정한 승리자라고 축하의 소리를 외쳐본다. 이제는 배우는 자의 입장이 아닌 가르치는 자의 위치에서 나름 존경받는 한 여류화가로 자리를 구축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커 보인다. 한 때는 그저 촌스럽게만 느껴지던 그녀의 붓 터치가 중견화가 못지않게 무르익음에 조금은 질투어린 마음으로 그녀의 블로그에 메모를 남겨 보았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 본다. 내가 고집하던 진정한 그림쟁이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는 지금의 내 모습에, 마냥 숙여지는 고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어느사이엔가 내 손에 들려 있는 붓을 보게 된다. 그리고 길지않는 작업시간이었지만 이내 내마음은 그림을 통해 치유되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결국은 어쩔 수 없는 그림쟁이 인것을… .
한 때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으로 그림이라는 공간속을 찾게 되었다던 그녀였지만, 그래서 주부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여인으로 인식되어진 그녀였는데… 하루의 절반 이상을 화실을 떠나지 않고 지킴이 역할을 담당했던 그녀였기에 오늘이 있지 않았을 까? 나의 눈에는 지금도 그녀가 가진 그림에 대한 열정이 보인다. 지금 그녀의 블로그 안에 저장된 그녀의 그림안에서 난, 그녀의 생활을 직감할 수 있다. 그림속에 담겨져 있는 따스한 느낌은 비록 보이지 않는 공간속에서 그녀를 생각한다 해도 행복 가득한 그녀의 삶이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먼 데로만 가려는가,
보라! 좋은 것은 가까운데 있는 것을,
다만 행복을 얻는 방법을 배우면 된다.
행복은 언제나 눈 앞에 있으니까,”-

독일 시인 괴테의 싯귀에서 처럼 만약 나의 행복을 미래에서만 찾으려고 한다면, 나에게 행복은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을 게다. 왜냐면 행복은 언제나 미래에서만 존재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니까.
인정받는 성공한 화가의 모습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림과 함께 할 수 있고, 꿈이 있는 학생들과 그림에 관한 대화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나의 위치에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오늘도 뒤늦게 귀가한 나와 남편을 반기는 모습은 식탁위에 한가득 물감들을 펼쳐놓은 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딸 아이의 모습이다. 학교 아트클래스 숙제D-day가 내일이라며 야심한 시간까지 그림에 몰두해 있는 딸 아이가 그저 예쁘게만 보이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심인 모습이 그 무엇보다도 사랑스럽기 때문일게다. 노후에 그림을 같이 그릴 수가 있어서 나를 아내로 삼았다는 남편은, 딸 아이의 그림을 두고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이와 논쟁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의 장점을 최고로 인정해 줄 수 있는 가족, 이 또한 최고의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국엔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나의 행복이 바로 숨쉬고 있음을 새삼 다시한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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