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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신학] 우리 시대의 역설

이상명 목사 /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서리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기쁨은 더 줄어들었고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부족하고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소중한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더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더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돈을 버는 법은 배웠지만 나누는 법은 잊어 버렸고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고
우주를 향해 나아가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고
세계평화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마음의 평화는 더 줄어들었다."

이 시는 오버레이크 교회(Overlake Christian Church) 밥 무어헤드(Bob Moorehead) 목사가 1995년에 출판한 책 '경우에 합당한 말(Words Aptly Spoken)'에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Age)'이라는 제목으로 실었던 글이다. 이 시는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역설을 보태어 계속해서 연작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거대 자본으로 쌓아올린 외향적 화려함과 성장을 향한 광기서린 속도감에 비해 점점 벌어지는 빈부간의 격차 정신적 빈곤함 삶의 의미의 상실 타락한 심성과 오염된 환경으로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다. 우리 시대의 역설 한가운데는 현대인들의 주체할 수 없는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려 이성과 절제의 메커니즘을 망가뜨리는 탐욕이 문제이다.

시인 임보는 '사자와 사람'이란 시에서 탐욕에 찌들어 더불어 살아감 즉 '상생(相生)'의 이치를 망각하는 인간의 우둔함을 다음과 같이 표현해 놓았다.

"배부른 사자는
사냥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먹이를 쌓아 놓고도
투망을 던진다

아직 굶주려 죽은 사자는
지상에 없다

그러나
가장 많이 아사한 동물은
인간이다

사자는
제 몫만 챙기면
나누어 갖도록 두지만

사람은
곳간을 만들어
먹이를 가두기 때문이다."

"탐욕은 좋은 것이다." 영화 '월스트리트'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인 고든 게코의 대사다. 게코는 '탐욕'처럼 미국 월가를 잘 표현하는 단어도 없을 것이라며 "탐욕은 옳은 것이고 탐욕이 일을 한다."고 역설한다. 선지자 이사야는 탐욕의 노예가 되어버린 당대의 지도자들의 그릇됨을 다음과 같이 거칠게 지적하고 있다.

"이 개들은 탐욕이 심하여 족한 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요. 그들은 몰지각한 목자들이라. 다 제 길로 돌아가며 사람마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며"(56:11). 각기 제 길로 가는 '이기적 분열'과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탐욕'이라는 연료로 가는 물신주의라는 기관차는 전세계를 종횡으로 여전히 달리고 있다. 절제와 조화와 상생으로 가는 기관차로 옮겨 타지 않는 한 인류의 미래는 '역설'조차도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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