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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이 말이 아닌 세상

[LA중앙일보] 발행 2012/06/04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2/06/03 19:00

백정환 / 사회팀 기자

요즘엔 할 말들이 참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가까운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포털사이트를 통해 접하는 뉴스와 가십거리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활발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으로 언제 어느 때라도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의사전달은 새로운 일상이 됐다. 짧은 감탄사부터 장문의 논설까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거리낌없이 표현할 수 있다.

말의 홍수 속에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도 더욱 명확해졌다. 거짓이 만천하에 알려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분이면 족하다. 거짓말도 보이는 세상이다.

트위터의 140자 제한과 페이스북의 간단한 말은 의도치 않은 왜곡과 오해를 낳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댓글에 많은 내용을 기록할 수는 없다. 핵심적이고 중요한 말을 기록하기에도 공간은 작다. 희로애락과 분노를 표현하기에도 넓지 않은 공간이다.

말은 또 다른 말을 낳고 논란은 확대 재생산된다. 사람들은 논란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현하고 말들을 써 내려가지만 이내 지친다. 정신뿐만 아니고 육체적으로도 피로하다.

거친 표현에 아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무심결에 쓴 한 문장의 글이 논란이 되고 그 것을 해명하기 위해 또 다른 글을 써야만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게 된다. 또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소셜네트워크의 피드백을 보느라 눈은 피로하다. 자칫 논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본인의 감정과 의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일까. 혹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지어낸 말을 하지는 않을까. 아니 진심을 밝혔을 때 본의 아니게 들어야 할 다양한 의견들에 애써 눈 감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인지 눈으로 보고 입으로 하는 말이 아닌 키보드로 늘어선 말들에서 진심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때로는 친한 사이일지라도 행간의 뜻을 읽기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한다. 말이 말이 아닌 세상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정말 남의 말을 듣는 것이긴 할까. 매 분 매 시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140자 단문과 뉴스들 중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식은 얼마나 될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필요한 말은 얼마일까.

직장에서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SNS의 말과 글에서 새로운 소식을 접한다. 그러나 그런 글에서 위안과 위로 또는 양질의 정보를 얻는지 가늠할 수는 없다.

SNS에 신경을 쓰는 사이 잃는 것은 현실감각이다. 대화단절은 이미 폐해가 심각하다. 온라인에서 활발히 소통하지만 현실에서 별다른 대화와 소통의 기회를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하루에 몇 마디의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지 생각해 보자.

갇힌 인터넷과 SNS에서 빠져나와 이제 말다운 말 좀 하고 사는 것은 어떨까. 타인의 말을 듣는 귀가 열릴 때 비로소 말을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정에서도 남편이 아내가 아들.딸이 기계를 내려놓고 눈을 마주보며 말다운 말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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