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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피눈물

[LA중앙일보] 발행 2012/06/0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6/04 17:50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웨스트LA에 사는 조셉 알렉산더(88)씨의 왼쪽 팔에는 문신이 있다. '127915'. 나치가 그에게 새겨 넣은 강제 징용번호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나치의 강제징용 피해자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조셉씨를 만났다.

1939년 히틀러는 반유대인법을 공표함과 동시에 폴란드를 침공했다. 이후 조셉씨의 고향인 수도 바르샤바는 나치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나치는 이곳을 지상 최악의 지옥으로 만들었다. 전기 펜스 안에 유대인들을 가두고 눈밖에 나는 유대인들은 가차없이 처형했다. 조셉씨의 아버지는 강제수용소에서 어머니는 개스실에서 죽음을 맞았다. 혼자 살아남은 조셉씨가 살기 위해 택한 길은 강제노역이었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독일기업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악조건을 견디다 못해 일하다 쓰러져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한 동료의 죽음도 수없이 봐야했다. 이것이 그가 경험한 나치다.

일제강점기 피해를 입은 한국 국민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 취지로 판결이 난 것은 광복 67년만에 처음이다. 판결은 그동안 일본에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막는 근거로 이용됐던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을 제한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일본 최고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와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것과 범정부적 대책기구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 2000년 '기억 책임 및 미래재단'을 만들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의 강제동원 피해자 167만명에게 보상을 했다. 당시 재판 과정에 참여했던 베리 피셔 변호사는 "독일정부의 보상으로 피해자들이 아픈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책장을 넘겨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셉씨도 이때 보상을 받았다. 나치를 용서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눈가를 적시며 이렇게 답했다. "나치는 스무살도 안된 나를 발가벗겨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 세웠습니다. 일을 할 수 있을만큼 건강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아이를 땅에 버리라고 했습니다. 살려달라고 울며 매달리는 여성들이 바로 눈앞에서 총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그런 나치를 용서할수 있느냐고요?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후세들까지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사죄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위안부 출신으로 잘못 알려져 이혼까지 당했던 강제징용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는 눈물로 하루 하루를 살았다며 일본정부는 사과를 하든지 보상을 해야한다고 울부짖었다. 늦었지만 한국정부는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검토하고 일본정부와 해결 방안을 협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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