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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질투는 나의 힘'

이은미/미드웨스트대 TESOL 교수

우리 집 개, 왕눈이는 질투심이 무척 강하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집안에서 “왕눈아!”하고 부르면 들은 척도 안하고 무시하지만 내가 “찬홍아!”하고 우리 아들을 부르면 번개처럼 달려와 내 품에 안기고는 다가오는 찬홍이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댄다. ‘엄마’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뜻이다. 왕눈이는 내가 집에 있는 동물 인형을 품에 안고 예쁘다고 해도 그 동물인형을 물어뜯으러 든다. 왕눈이는 나를 중심에 놓고 그 외의 모든 존재들에 대해서 질투를 드러낸다.

 개가 질투를 한다고? 개의 질투에 대해서 학자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질투’란 매우 발달된 감성체계이고 동물들에게는 이런 감성이 없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동물에게도 공정함, 질투, 시기와 같은 감성이 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랑게 (Range)는 몇 해 전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실험을 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손!’하고 외쳐서 개가 앞발을 악수하듯 내밀게 하는 훈련을 시키곤 한다. 개들은 상으로 개 과자를 받을 때나 아무 상이 없을 때나 앞발을 척척 잘 내밀어준다. 그런데 ‘누렁이’와 ‘워리’ 이 두 마리 개를 앉혀놓고는 유독 한 놈에게만 개 과자를 상으로 준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 몇 번은 워리도 순순히 앞발을 내민다. 하지만 워리가 보는 앞에서 누렁이만 혼자서 개 과자를 계속해서 받아먹자 워리의 태도가 달라진다. 워리는 앞발을 내밀지 않고 모른 척 한다. 골이 난 것이다. 워리가 앞발을 안 내밀고 시위를 하는 이유는 단지 ‘개과자’ 때문이 아니다. ‘불평등’ 때문이다.



 에모리 대학의 프란스 드 왈(France de Waal)이 원숭이들을 데리고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원숭이들에게 작은 돌멩이 한 개를 사람에게 건네주는 훈련을 시켰다. 원숭이가 작은 돌멩이 한 개를 실험자에게 건넬 때마다 원숭이는 오이조각 한 개씩 상으로 받았다. 오이는 원숭이들이 즐겨먹는 간식이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원숭이는 아주 특별한 상을 받았다. 원숭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포도를 상으로 준 것이다. 평소에 오이 한 조각을 상으로 줘도 신이 나서 돌멩이를 실험자에게 건네주던 원숭이들은 한 놈만 아주 특별한 ‘포도’ 상을 받자 골이 났다. 이들은 돌멩이를 실험자에게 건네주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마침내는 상으로 받은 오이조각마저 실험자에게 집어던지고 만다.

 나는 요즘 우리 개 왕눈이에게 새로운 재주를 한 가지 가르쳤다. 내가 ‘손!’하고 외칠 때마다 차례차례 앞발 두 개를 내 손에 맡기는 재주다. 개들은 앞발 하나는 잘 내밀지만 두 발 모두 내미는 경우는 흔치 않다. 새로운 재주를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했다.

 왕눈이 앞에서 왕눈이가 극도의 질투심을 드러내고 경계하는 동물 인형을 데리고 앉아서 ‘손!’하고 외치고 인형의 한 발을 내 손으로 잡은 후에, 또다시 ‘손!’하고 외치고 나머지 한쪽 발도 내 손으로 잡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몇 번 반복한다. 그 후에는 찬홍이를 불러다놓고 역시 ‘손!’을 외쳐서 오른손, 왼손을 모두 내밀게 했다. 왕눈이는 분노에 몸을 떨며 내가 찬홍이의 오른손, 왼손을 차례차례 잡아주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리고 나서 왕눈이를 내 앞에 앉혀놓고, “왕눈아, 손!” 하고 외쳤다. 왕눈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자신의 앞발을 차례차례 내 손에 맡겼다. 물론 나는 “우리 왕눈이가 최고야!”하고 외치며 녀석을 쓰다듬어주었다.

 인형이나 찬홍이 등 왕눈이의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대상을 이용한 나의 왕눈이 교육 작전은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동물 학자들은 동물의 불공정에 대한 의식 외에 동물의 질투심을 이용한 ‘학습’에 관한 실험을 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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