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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비를 기다리며 -이상국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비가 왔으면 좋겠다
우장(雨裝)도 없이 한 십리
비오는 들판을 걸었으면 좋겠다
물이 없다
마음에도 없고
몸에도 물이 없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멀리 돌아서 오는 빗속에는


나무와 짐승들의 피가 들어 있다
떠도는 것들의 집이 있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문을 열어놓고
무연하게
지시랑물 소리를 듣거나
젖는 새들을 바라보며
서로 측은했으면 좋겠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아주 멀리서 오는 비는
어느 새벽에라도 당도해서
어두운 지붕을 적시며
가문 잠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비는 추억을 잠재우고 추억을 일으킨다. 꽃잎이, 풀잎이 일어서듯 생각 일어서고, 또 젖게 한다. 인체의 70%가 물이라는 사람, 사람이 그 70%의 물과 멀어질 수 있으랴. 풀잎처럼 꽃잎처럼, 나무처럼, 강물처럼.

멀리 돌아서 오는 빗속에는 나무와 짐승들의 피가 들어있고, 떠도는 것들의 집도 있단다. 비는 사랑을 타고도 오지만 설움 타고도 오리라. 비가 오면, 그래서 마음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엔 서로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비도 함께 내린다.

아, 그렇다면 비가와도 좋겠다. 비야 오거라. 비야 내려 오거라. 온갖 만물 젖어서 봄비야 오라. 이즈음 허스키한 샤우팅 창법으로 재즈를 부르는 이은하, 그의 타는 듯한 소리로 ‘봄비’ 노래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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