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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타인종 며느리 괜찮으세요

이종호/논설위원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에 고교 졸업생들의 프롬파티에 관한 기사가 7쌍의 커플 사진과 함께 실렸다. 그 중 유독 한 사진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렀다. 17세 흑인 남학생과 18세 백인 여학생 커플사진이었다.

아마 선입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피부색이 다른 커플이 아직도 낯설다. 거리에서도 흑백커플을 만나면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된다.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 내 속의 뿌리 깊은 색안경이다.

주위 한인들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종종 듣는다. 결혼 적령기의 딸 아들을 둔 부모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인데 타인종을 만난들 어쩔 수 없지." 그래 놓고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래도 흑인은 아니면 좋겠어. 백인이나 동양인은 괜찮긴 하지만 이왕이면 한국 사람이면 더 좋겠지."



행복한 결혼이 둘만의 사랑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역시 선입견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하긴 요즘은 "같은 성별만 안 데려오면 오케이"라는 우스개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부모 세대의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타인종간 결혼이 점점 더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8~2010년 미국의 타인종간 결혼 비율은 전체 결혼커플의 15%에 이르렀다고 한다. 1960년대 1% 남짓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특히 아시안과 히스패닉계는 약 25%나 타인종과 결혼을 했다.

타인종과 결혼한 커플을 좀 더 들여다보면 전체의 43%는 백인-히스패닉간 결혼이었고 14.4%는 백인-아시안 그 다음 백인-흑인 11.9% 순이었다. 동양인은 남성의 17% 여성은 36%가 타인종과 맺어졌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인종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더 이상 흑인 백인 아시안 히스패닉 구분란에 하나만 표기하는 것이 곤란해지는 시대가 될 거라는 말이다. 단적인 예가 타이거 우즈다. 그의 아버지는 반은 흑인이고 나머지 25%씩은 인디언과 중국인이다. 어머니 역시 50%는 태국인이고 중국인과 백인의 피도 4분의 1씩 섞여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케냐계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엔 아직도 '한방울의 법칙'이란 게 작동하고 있다.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였으면 흑인으로 간주한다는 논리다. 이것이 거꾸로 적용됐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 미국의 흑인은 거의 모두가 백인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원래 인종이란 근대 서구 제국주의적 인식의 산물이었다. 미국에서도 이탈리아계나 아일랜드계가 완전히 백인 취급을 받은 것은 거의 20세기 이후부터였다. 심지어 유대인조차도 백인이 아닌 것으로 취급받을 때가 많았다. 결국 인종 구분은 피부색 등 생물학적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파워와 갈등의 영향 아래 결정되고 변화되어 왔다는 말이다.

좋은 사람 훌륭한 인물은 인종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우리 자녀들이 친구를 사귀거나 배우자를 정할 때 인종보다는 사람 자체의 성품 인품 잠재성을 헤아릴 수 있는 눈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타인종 사위나 며느리는 곤란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그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얘기가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이성으로 느끼는 매력은 같은 인종끼리일 때가 훨씬 더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둬도 우리 아이들은 같은 인종을 반려자로 데려올 확률이 더 높다는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프롬파티에 나선 '낯선' 흑백커플 사진 한 장 때문에 떠올려 본 이런 저런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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