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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성공은 ‘탑’이 아니라 ‘망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2/06/12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6/11 17:46

김석하/특집팀 에디터

하버드대 입학ㆍ졸업한 로긴스와 진권용은 굴레와 틀을 깨부쉈다
#. 이 시대를 사는 부모들은 왜 자녀 교육에 집착하는가. 현대 사회의 소외감 때문이라고 철학자 강신주 교수는 분석한다. 현대화ㆍ도시화는 인간을 자유롭게 했지만, 두툼한 인격적ㆍ인간적 관계를 토막냈다. 정서적 안정감을 행복이라고 했을 때 현대인은 그래서 불행하다.

대부분의 관계는 느슨하고 표피적인 사회적 관계다. 속된 말로 안 보면 끝이다. 유일한 인격적ㆍ정서적 관계는 단 하나, 부모-자식 끈이다. 자식을 통해서만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자녀 교육이 종교로까지 격상되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자녀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는 것은 부모에게 종교적 구원과 같다. 하버드는 부모의 천국인 셈이다.

#. 올해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던 로긴스는 자신이 다니던 노스캐롤라이나주 론데일에 있는 번스고등학교의 청소부였다. 열 여덞살 난 이 소녀의 집은 엉망이었다. 술과 약물중독자인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는 떠돌이 무능력자였다. 집에는 전기와 수도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공원에서 수돗물을 받아 밥을 해먹었다. 샤워는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했다. 부모는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

로긴스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교 청소부로 일했다. 교실과 복도,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공부했다. 성적도 우수했다. 하버드는 ‘당연히’ 로긴스를 뽑았다. 또 장학금과 기숙사, 그리고 교내 일자리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그녀가 삶의 실낱같은 끈을 놓지 않은 모습에 하버드는 좁은 문을 열었다.

#. 진권용씨는 지난달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서 전체 수석(The highest ranking undergraduate)을 차지했다. 졸업생 1552명 중 두 명이 받는 영예였다. 대치초등학교 6학년 1학기를 마치고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났다. ‘그 세상은 어떤지’ 호기심이 동력이었다. 영어에 숙달하고 미 동부 명문 기숙 고교인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에 진학했다.

에세이가 문제였다. 첫 에세이 시험에서 6점 만점에 3점을 받았다. 자신감을 잃고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다. 학교 캠퍼스에 거주하는 교사한테 매달렸다. 전 학년 ‘올A’를 받은 비결에 대해 진씨는 “점수를 가르는 것은 미세함, 디테일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대부분’이 아닌 ‘완벽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했다. ‘머리’로 공부했느냐, ‘엉덩이’로 공부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슴’으로 공부했다고 했다. 열정이 그를 최고로 만들었다.

#. 하버드틱(Harvard-tic)하다. 생생한 드라마가 있고 그래서 감동적이다. 하버드대학의 진짜 핵심은 다양성이라고 하는데, 두 사례는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전혀 다른 둘의 삶에서 하버드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자신을 쉽게 놓아 버리지 않는 집념이자 투혼이다.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 하나. “명문 대학에 보내려면 아이를 대도시 인근 슬럼촌 학교에 보내라. 기본적으로 한국 애들은 공부를 잘하는 편이고, 그 동네 애들은 워낙 살벌해 잘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은 잘 대해 줄 것이고, 여기에 한인사회와 타인종 커뮤니티의 화합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해 잘 엮으면 명문대 입학이 되레 쉽다. 집안에 문제가 있으면 가산점이 붙는다.”

이 말을 180도 돌려 놓으면 나의 어려운 처지는 발판이고, 내가 속한 환경은 특별함이란 이야기다. ‘하버드틱’은 무언가를 바꿀 신념ㆍ능력과 같은 말이리라. 성공은 쌓아 올려 이룩하는 탑이 아니다. 굴레와 틀을 깨부수는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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